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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방송법 개정안 단독 처리…국힘 “회의 진행 엉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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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06면

여야 법안 처리 파열음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의원(오른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위원장(앞쪽)의 방송법 개정안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의원(오른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위원장(앞쪽)의 방송법 개정안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거야의 완력 과시와 속수무책 여당.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정기국회는 이렇게 요약된다. 169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의 강행 처리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고 115석인 국민의힘은 회의 보이콧 외에 뾰족한 수 없이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국토교통위 풍경이 딱 이랬다.

민주당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송 관련법 개정안 4건을 단독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현행 9~11명에서 각각 21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진 21명은 국회(5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6명), 방송기자·PD·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각 2명씩 6명)가 추천하도록 돼있다. 국민의힘은 “방송기자·PD·방송기술인연합회는 친야권 성향인 언론노조 등이 사실상 장악한 만큼 야권 성향 사장이 선출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전체회의 시작부터 맞붙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공영방송을 민주노총에 바치고자 하는 것으로 미사여구를 붙여 봐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정치 용역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찬반 토론을 종료하고 법안 의결을 강행하려 할 때는 “회의 진행이 개판”이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과방위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개정안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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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위에서도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안을 둘러싸고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를 단독으로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없애고 항시 운영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이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은 이날 소위의 개정안 상정을 “다수당의 의회 폭거”라고 규정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이후 회의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국가 경제 피해엔 눈을 감은 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를 옹호하며 그들의 심복이 돼 청부 입법까지 벌이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안이 처리되진 않았지만 민주당은 다음 주 소위를 다시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논의에 불을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강공과 국민의힘의 장외전 양상엔 또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민주당이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밀어붙이더라도 다음 단계인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의원이다. 김 의원이 법안 상정을 거부하면 민주당 입장에선 당장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검토하는 규정이 ‘법사위가 회부된 법안을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86조 3항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법사위를 건너뛸 수 있는 조항”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명분만 확실하다면 김 의장도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연말까지 원하는 법안을 모두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한 뒤 60일이 지난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김 의장에게 직권 상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다만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김 의장이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김 의장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보고를 위해 민주당이 요구한 2일 본회의 개의를 거부하고 본회의 시점을 8일과 9일로 미뤘다. 사실상 여야 합의 우선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수싸움도 치열하다. 여야는 이날 새해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데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지만 양쪽 모두 부담이 적잖다는 점에서 조만간 협상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여야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직접 감액·증액 및 부수 법안 등 쟁점 사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정책위의장이 직접 심의하고 마지막 쟁점은 원내대표들이 협의하는 식으로 일종의 속도전을 펴겠다는 얘기다.

국회 주변에선 대통령실 이전과 경찰국 신설, 원자력에너지 등 민주당이 삭감을 원하는 예산이나 지역 화폐 등 국민의힘이 줄이길 원하는 예산에 대한 포괄적 합의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정 시한을 넘긴 데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중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안 협의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여전히 밀어붙이려는 점이 변수다. 이와 관련,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선 본회의가 열리는 8·9일 의총을 열고 최종적 입장을 정하겠지만 국민 상식에 입각해 이 장관 문책이 정기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뒤 오는 5일 본회의 때 표결할 계획이었다. 본회의 일정이 변경되자 민주당은 일단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뒤 9일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해임건의안을 건너뛰고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자”는 기류도 읽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당내에선 국정조사를 보이콧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예산안 처리마저 불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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