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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주가에 긍정적이었는데, OCI·이수화학은 지지부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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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15면

이수화학 반포동 본사사옥 전경

이수화학 반포동 본사사옥 전경

실전 공시의 세계 

기업이 인적분할하는 이유는 크게 봐서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입니다. 포스코처럼 물적분할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둘째는, 복잡다단한 사업부문과 자회사군을 가지고 있을 경우입니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업부문을 가지고 있으면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되는 사업부문이 생깁니다. 미래 성장잠재력이 큰 데도 소외된 사업부문이 있을 경우 별도 회사로 분할해 그 가치를 재평가 받고 싶은 유인이 커집니다.

예컨대 과거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들이 통신사업에 가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SK스퀘어라는 회사를 인적분할로 신설하고, 그 아래에 자회사들을 배치했습니다. 자회사 기업가치를 키우라는 임무를 맡긴 것입니다.

사업부문이 복잡하지 않아도 이질적 성격이 강할 경우 분할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를 들 수 있습니다. 백화점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고 성장성이 큰 대형마트 사업을 인적분할로 떼 낸 것이 이마트입니다. 이 같은 인적분할을 하면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물적분할과는 달리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부터 비켜나있고, 분할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시장이 더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시장 반응은 과거와 달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OCI는 베이직케미컬과 카본케미컬 등 주력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회사로 만들고, 존속회사(기존 OCI)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이수화학도 분할계획을 밝혔는데, OCI처럼 지주회사체제로 가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수그룹은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이수화학은 정밀화학사업을 떼어 내 가칭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라는 회사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전고체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시장에서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고체배처리 사업은 분할신설 이후 재상장 할 정밀화학회사가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OCI도 마찬가지입니다. 베이직케미칼과 카본소재 사업은 분할신설회사가, 나머지 에너지솔루션과 도시개발 사업 등은 지주회사가 될 존속회사가 담당합니다.

지금은 사업이 수평적으로 분산돼 있다 보니 사업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과정을 거치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OCI 측의 기대와는 달리 분할 공시 이후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계획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거치면 거의 대부분 경우 대주주 지배력이 확대됩니다. 한편으로는,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탓일 뿐 주가가 분할공시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수화학은 OCI에 비해 분할 공시 이후 주가 흐름이 나쁘지는 않지만 회사 측 기대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분할의 효과에 대한 시장평가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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