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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구속한 그가 겪은 ‘마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6호 21면

군소 한 접시, 손 편지 한 장

군소 한 접시, 손 편지 한 장

군소 한 접시, 손 편지 한 장
문영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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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건과 수사’라는 추정은 단견일지 모른다. 적어도 이 에세이집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자는 말한다. “돌아보면 평생 글쓰기로 먹고살았던 것 같다. 검사로 일할 때는 공소장, 신문조서 등을, 변호사로 일할 때는 변론요지서, 항소이유서 등을 쓰며 머리를 싸매고 끙끙댔다.”

하지만 법률 문서의 글은 밥벌이 수단일 뿐. 삶과 이웃의 온도가 담긴 이야기를 향기 나는 글로 풀어내고픈 소망이 그의 가슴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책에 ‘일’, 거대 담론의 ‘세상’보다 ‘삶’이란 챕터가 먼저인 이유다. 창원지검장 때 만년필로 230여 직원들에게 손편지를 보냈더니 마법이 일어난 경험은 값지다. 눈 맞춤과 소통의 기적을 봤단다. 도예가가 내놓은 군소 한 접시에선 손님의 간절한 뜻을 고민한 마음을 경험했단다.

절제된 글은 절제된 삶을 반영한다. 저자는 ‘특수통’ 출신.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당시 연희동 사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으나 망신주기 수사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수사는 무서운 칼날이다. 무서운 칼날을 휘두를 때는 금도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권력이 폭력이 될 수 있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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