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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정치판의 방송장악 블랙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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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위원장의 방송법 개정안 관련 찬반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2022.12.2/뉴스1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위원장의 방송법 개정안 관련 찬반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2022.12.2/뉴스1

1. 민주당이 2일 방송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 정청래 위원장(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방송법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KBS와 MBC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입니다.

2.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개정안은 민주당에 유리합니다. 현행법은 집권당이 방송을 장악하게 돼 있습니다. 여당이 KBS이사 11명중 7명, MBC이사 9명중 6명을 추천합니다. 사장은 이사회가 뽑습니다.
개정안은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확대하면서 운영위원 추천권을 국회(5명)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관련학회(6명) 방송관련직능단체(6명)에 주었습니다. 이 경우 여당의 과반 기득권이 사라집니다. 국민의힘은 특히 직능단체(기자연합회ㆍPD연합회ㆍ방송기술연합회)가 민주노총산하 언론노조의 영향 아래 있기에 ‘민주당 영구장악법’이라고 주장합니다.

3.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중성을 비판합니다.
민주당은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최순실 사건이 터지자 입을 닫았습니다. 집권 5년간 여당 프리미엄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지난 3월 대선에서 패배하자 4월 소속의원 전원명의로 개정안을 냈습니다.

4. 민주당은 주도면밀하게 움직여왔습니다.
2016년 개정안보다 훨씬 유리한 개정안을 대선 이전 준비해뒀습니다. 원구성협상 당시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면서도 과방위원장 자리는 놓지 않았습니다. 과방위원장에 강경파 정청래를 앉혔습니다. 정청래는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당직을 맡으면 상임위 운영의 중립성을 위해 위원장에서 물러나는게 관행입니다. 결과적으로 과방위는 열릴 때마다 파행을 거듭해왔습니다.

5. 반면 국민의힘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던 2018년 민주당이 야당시절 내놓았던 2016년 개정안을 추진했습니다. 정권을 잡자 개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난형난제, 당리당략 안면몰수입니다.
국민의힘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방송개혁을 말하면서도 기존의 여당 기득권을 놓기 싫어하는 어정쩡한 모습입니다.

6. 방송법 개정이 민주당 뜻대로 되긴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브레이크를 걸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득권 옹호에 그칩니다. 제대로 된 방송개혁안을 내놓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진짜 책임정당입니다.

7. 진정한 방송개혁안은 정치권력의 기득권, 방송장악 포기입니다.
정치권력의 개입근거를 뿌리뽑아야 합니다. MBC는 민영화하면 됩니다. KBS는 최소한의 공영기능만 남기면 됩니다.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선발과정을 공개하고, 이사회 의사록도 공개해 시청자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8. 정치권력은 언론을 싫어합니다. 자신을 감시하니까요.
방송개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치권력은 방송을 통제, 이용하려고할 뿐입니다. 그래서 1962년 5ㆍ16장학회가 강탈한 MBC가 아직 공영이란 이름의 정파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