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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영하 거리응원"…"더워죽겠다" 붉은악마 광화문 집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하의 광화문광장이 붉은 악마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2일 오후 10시, 포르투갈과의 일전(3일 오전 0시)까지는 2시간 남짓 남았지만 서울 광화문광장은 이미 1800여명(경찰 추산)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 시각 서울 광화문의 수은주는 영하 1도, 체감 온도는 영하 4도를 밑돌았지만 시민들은 “반드시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믿음과 응원 열기로 추위를 녹였다.

사상 첫 영하의 월드컵…두 손 호호 불며 ‘대~한민국’

김경배(23)씨, 김세정(29)씨를 비롯해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배 씨는 이날 거리응원을 위해 빨간 곤룡포를 대여했다. 이은진 인턴기자

김경배(23)씨, 김세정(29)씨를 비롯해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배 씨는 이날 거리응원을 위해 빨간 곤룡포를 대여했다. 이은진 인턴기자

 사상 첫 영하의 월드컵 거리응원에 시민들은 목도리와 귀마개·장갑을 착용하고 롱패딩을 입는 등 중무장한 채 경기를 기다렸다. 빗속에 치러진 지난달 28일 2차전 거리응원 때 우비를 팔았던 노점들은 이번에는 핫팩과 장갑을 내놓았다. 담요나 방석과 함께 핫팩 10개를 준비한 시민도 있었다. 주최 측인 ‘붉은악마’ 응원단과 서울시는 저체온증 등 응급사고 대비에 나섰다. 주최 측에서는 핫팩 3000장을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텐트 3개를 이어 마련한 한파 쉼터에는 등유 난로 3개를 준비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지만, 이용객은 한 번에 10명을 넘지 않았다. 대학생 최영지(23)씨는 “춥지 않다. 어차피 응원을 하면 열기로 따뜻하다 못해 더워 죽을 정도”라며 웃었다.

이날 광화문광장 메인무대에는 검은 귀마개와 목토시를 낀 안전 요원과 경찰이 2m 간격으로 배치됐다. 경광봉을 든 경찰들은 “통행로에 멈추지 말고 이동하라”, “펜스에 더 붙어서 줄을 서 달라”고 안내했다. 이날도 경찰은 지난 1,2차전 거리응원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 펜스로 구역을 나눠 관리에 나섰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광화문역 9번 출구는 펜스로 통행로를 갈라 시민들이 일방통행을 하도록 했다. 안전을 위해 오후 9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버스 정류소는 폐쇄되고 버스는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2일 오후 8시,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거리응원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재 인턴기자

2일 오후 8시,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거리응원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재 인턴기자

 가나전 3대2 석패는 시민들의 기대를 오히려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 광진구 주민 임성준(46)씨는 “2002년때 박지성이 한 골 넣은 것처럼 1-0으로 이긴다면 16강에 갈 만하다”며 “손흥민이나 이강인 패스를 받은 조규성, 황희찬이 골을 넣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붉은 곤룡포를 대여해 입고 거리응원에 참석한 김경배(23)씨는 “2차전 때는 페이스페인팅만 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준비하고 왔다”며 “이겨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며 5시 첫차를 기다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이날 포르투갈전과 동시에 치러져 대한민국의 16강행을 좌우하는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하더라도 가나가 우루과이를 이긴다면 16강행은 좌절되기 때문이다. 김수현(30)씨는 “우루과이가 강호인데 한 번은 이길 것 같다. 이기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서 선수들도 악착같이 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상 없이 재밌는 경기 하는 게 가장 중요”

2일 오후 8시,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거리응원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은진 인턴기자

2일 오후 8시,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거리응원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은진 인턴기자

 엎치락뒤치락하며 반전을 거듭했던 가나와의 지난 2차전을 언급하며 “지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친구들과 거리 응원을 하기 위해 전남 여수에서 올라온 대학생 김찬유(19)씨는 “지난 경기 때도 조규성 선수가 2골을 넣으니까 다같이 너무 재밌지 않았나”라며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재밌는 경기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현섭(22)씨는 “지난 2차전에는 가나 골키퍼가 너무 잘하더라. 그래도 우리나라가 약했던 공중볼 헤딩으로 2골이나 넣어서 기뻤다”며 “지든 이기든 선수들이 안 다치고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시각이 3일 오전 2시쯤인 걸 고려해 지하철 2·3·5호선은 오전 3시까지 특별 운행에 들어갔다. 각 호선별로 경기 종료 시각에 맞춰 10여분 간격으로 5~6회 운행할 예정이다. 심야 버스도 오전 2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집중 배차됐다. 경찰청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인파 1만 5000여명이 모일 걸로 내다보고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11개 부대(약 680명), 특공대 20명을 배치했다. 지난달 28일 2차전과 비교했을 때 영하의 기온과 자정이라는 경기 시각, 지난 경기 결과 등을 고려한 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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