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인터뷰서 中역할 요구한 尹…장쩌민 조문가며 최고예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 대통령은 2일 주한 중국대사관을 찾아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조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대사관 분향소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장 전 주석을 추모한 뒤, 싱 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 만나 “작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올해 장 전 주석까지, 한·중 두 나라 간 다리를 놓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 후대가 잘 이어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엔 “한·중 수교를 비롯해 양국 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장쩌민 前 중국 국가주석의 영면을 기원하며, 유가족과 중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와 추모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적었다. 싱 대사는 윤 대통령에게 “한·중 관계를 보다 진전 시키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尹 “한·중 관계 발전시켜야”

앞서, 윤 대통령은 조문단을 받지 않는 중국 관례에 따라 지난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조전을 보냈다. 조전엔 양국 관계에 기여한 장 전 주석의 공로를 평가한 내용이 담겼다. 장 전 주석은 1995년 한국을 최초로 방문한 중국 국가주석이다. 재임 10년 동안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10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1997년 장 전 주석의 전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사망했을 때도 정부는 조전을 보냈다. 다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달리 직접 조문을 하진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기틀을 닦은 장 전 주석을 애도하려 조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다른 나라 지도자의 사망에 대한 윤 대통령의 조문이 처음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분향소가 마련된 주한 일본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 지난 9월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위해 영국을 찾았다. 그럼에도 이날 윤 대통령의 조문은 외교가에서 여러 해석을 낳았다.

시기부터 미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 전 주석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표했지만, 3일 전인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선 원칙적인 대중 메시지를 내놨다.

3일 전 인터뷰선 中적극 역할 요구 

윤 대통령은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역내 군사적 자산이 유입될 것”이라며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군 자산’을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도 요구했다. 그다음 날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주도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내년 3월 미국 등 4개국과 공동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한·미가 한층 더 밀착한 모습을 재확인한 직후라 이날 윤 대통령의 조문은 이와 대비되며 주목을 끌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외면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딜레마가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며 “지난 8월 대만을 들러 방한했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회동이 아닌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를 놓고서도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2000년 11월 15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브루나이 오키드 가든 호텔에서 김대중 대통령과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00년 11월 15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브루나이 오키드 가든 호텔에서 김대중 대통령과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중 딜레마 드러났다” 평가도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도 조문했기에, 장 전 주석 조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에 맞는 대응일 뿐이라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중국에 상당한 예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미뿐 아니라 한·중 관계 개선에도 고심의 흔적이 드러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장 전 주석 조문 전엔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회장을 만나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은 “CSIS가 양국 관계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햄리 회장은 “한·미 동맹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윤 대통령의 역할과 노력에 전폭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