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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결함" 인정한 IRA, 韓 의견서 제출… '윈윈'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정부는 2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2차 정부 의견서를 미 재무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당시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1

정부는 2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2차 정부 의견서를 미 재무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당시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스1

윤석열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전기차 보조금 차별을 상쇄하기 위한 의견서를 2일 미국 측에 제출했다.

미 재무부에 제출된 이번 정부 의견서엔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집중적인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해 달라는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렌트·리스 차량과 우버·리프트 등 공용 이동 차량을 상업용 차량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상업용 친환경차가 초기에 신속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내년부터 3년간 총액 제한 없이 집중적인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해달라는 요구도 담겼다. 미 재무부는 IRA 이행을 위한 하위규정(guidance) 마련을 위해 지난달 4일부터 각국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는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넓히고 집중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유도함으로써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겪게 될 보조금 차별을 일부라도 상쇄하겠다는 구상이다. IRA 규정상 상업용 전기차에는 ▶북미 최종조립 ▶배터리 원자재 요건 ▶차량 가격 제한 등의 요건과 상관없이 세제 혜택이 부여된다. 정부는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 전기차가 상품성을 갖춘 만큼, 렌트·리스와 우버 등 상업용 판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업용 전기차 5% 미만, 효과 제한적" 

정부가 제출한 IRA 2차 의견서엔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혜택을 집중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율이 낮아, 정부 의견이 모두 반영돼도 그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 현대차 제공

정부가 제출한 IRA 2차 의견서엔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혜택을 집중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율이 낮아, 정부 의견이 모두 반영돼도 그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기공식. 현대차 제공

다만 미 재무부가 한국 정부의 이번 의견서 내용을 모두 수용한다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중 상업용 차량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낮은 데다, 리스·렌트 및 공용 이동 차량의 경우 이미 상업용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에서 집계한 결과 현대자동차 전기차 중 상업용의 경우 그 비율이 5% 이하인 반면, IRA에 따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 소비자 판매 비율이 90%를 넘는다”며 “리스나 렌트, 우버 차량의 경우 이미 사실상 상업용으로 분류하는 주(州)가 많은 만큼 정부의 2차 의견서로 인해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이든 "결함" 인정…"해결돼야 할 문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2차 의견서 제출에 앞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2차 의견서 제출에 앞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그간 정부는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을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을 위배하는 독소조항으로 보고 미국 측과 협의해 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입법 기념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IRA를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하는데다, 이미 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당장 개정·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문제 제기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조항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 등을 통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기차 보조금 등 IRA 조항에 대한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36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법안을 성안하는 경우 조정이 필요한 작은 결함이 있게 된다”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IRA에 대해 “우리는 결코 미국과 협력하는 이들을 제외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며 “이는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 시행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설리번 "IRA, 윈윈 되도록 노력할 것" 

지난 1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우상조 기자

지난 1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우상조 기자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한 가지 확실한 건 IRA가 (한·미 양국 간) 윈윈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IRA와 관련한) 투자나 인센티브 등 실질적인 조치들에 대해선 한·미 대화를 통해 분명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선 북미산 전기차에 국한한 보조금 등 미국 우선주의적 내용이 담긴 IRA의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 의견이 이어졌다. 주제네바 대사를 역임한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일부 미국 컨설팅 회사가 한국 기업에 접근해서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에 IRA를 개정해 해결해보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방안”이라며 “(IR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뢰하는 동맹으로써 미국의 분명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IRA와 같은) 법과 정책은 반중국 조치이면서 미국 우선주의 조치, 그리고 포퓰리즘”이라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자유무역협정(FTA) 정신을 위배할 소지가 있는 IRA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한국 입장에서 동맹국이 원칙과 가치를 위반할 경우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의 숙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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