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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강행처리에 속수무책 당하는 與…최후 수단은 尹의 거부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9석 ‘거야(巨野)’의 단독 법안 처리와 예산안 교착 상황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2일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합의된 예산안을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여당은 야당에 예산 심사 지연의 책임을 넘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나라발전에 꼭 필요한 예산은 모두 삭감하고,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5년 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건 이제와서 하자고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엄중히 지켜봐주시고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준 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똑똑히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철규 의원도 “민주당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서 야당이 안건조정위원회를 2시간 50분 만에 무력화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하 ‘방송법’)을 전체회의로 넘긴 데 대해서도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 169명 중에 의로운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이런 식의 안건조정위 무력화에 대해 왜 한 사람도 비판을 하지 않느냐”며 “이런 일은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의회 폭거 고질병”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말폭탄을 쏟아내도 민주당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도 상임위원장을 맡은 각 상임위에서 단독 법안 처리를 이어갔다. 그러자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언론인 출신 의원들은 회의장 앞에서 “방송법 날치기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회의가 시작한 뒤 정청래 위원장이 기립 표결로 반대 토론을 종결하고 방송법 의결을 시작하자 여당 위원들은 “부끄럽지도 않느냐”거나 “(토론을) 종결하지 말라”고 항의하다가 전원 퇴장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맨 오른쪽) 등 여당 위원들이 정청래 위원장(맨 앞)의 방송법 개정안 관련 찬반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맨 오른쪽) 등 여당 위원들이 정청래 위원장(맨 앞)의 방송법 개정안 관련 찬반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여당 과방위원들은 곧바로 국회 소통관으로 옮겨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개악’ 방송법은 헌정사 최악의 폭거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민주당은 공적 책무를 짓밟고 민주당 나팔수로 전락한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노영방송’ 체제를 더 견고하게 하려는 개악된 방송법을 의회 폭거로 기어이 통과시켰다”며 “한국 방송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 정도면 법안 날치기가 아니라 ‘법안 퍽치기’, ‘법안 소매치기’“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도 단독으로 열어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 심사를 시작했다. 여당은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 3년 연장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일몰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소위에 들어와 “머리 수가 많다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회의를 열고 일방적으로 해도 되느냐. 국민들이 다수당 만들어줬더니 의회에서 하는 거라곤 폭거뿐”이라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민주노총 조직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민주당이 “여당이 책임을 방기하는데 야당이라도 일을 해야한다”(이소영 의원)거나 “대안을 갖고 와라”(한준호 의원)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일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원하는 법안을 들어주는 하청”이라고 맞대응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0회 국회(정기회) 국토교통위원회 제3차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여당의 불참 속에 열리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0회 국회(정기회) 국토교통위원회 제3차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여당의 불참 속에 열리고 있다. 뉴스1

이날 여당 국토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예산안 강행처리도 모자라 국가 경제 피해는 눈 감은 채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를 옹호하며 그들의 심복이 돼 청부입법까지 벌이는 민주당 행태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세계적 경제침체 우려 속에서도 민노총의 불법 쟁의와 폭력 준동을 대변하며 궁지에 내몰린 ‘이재명 방탄’에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소위 강행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국회에선 거야의 폭주에 맞설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토로가 나온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최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 노동조합법 등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민주당 단독으로 상정된 데 대해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끝내 이 법을 일방 처리한다면 우리는 정부에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국회를 통과한다면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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