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같은 날 일제히 발표한 한ㆍ미ㆍ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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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이 북한을 향한 독자 제재 카드를 같은 날 연속해서 꺼냈다. 북한이 연말에 7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 등 중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3국 간 긴밀한 대북 공조를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3국이 중첩 제재"

2일 한ㆍ미ㆍ일의 독자 대북 제재는 몇 시간의 차이를 두고 미국, 한국, 일본 순서로 연속 발표됐다.

외교부는 "3국의 연쇄 제재 발표는 북핵ㆍ미사일 개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강력하고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개발을 단념하고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ㆍ미ㆍ일을 비롯한 유사 입장국들이 독자 제재 대상을 교차해서 중첩 지정함으로써 제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날 발표된 한국의 독자 제재에는 북핵ㆍ미사일 개발과 제재 회피에 연루된 개인 8명, 기관 7개가 포함됐다.지난 10월 14일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를 약 5년만에 재개하며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한지 49일만의 추가 조치다.

"실효성보다 상징성" 

이날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 8명은 핵ㆍ미사일 개발 관련 금융 거래에 관여한 북한 무역은행 소속 이명훈ㆍ이정원, 대성은행 소속 최성남ㆍ고일환, 금강그룹은행의 백종삼, 통일발전은행의 김철 등이다. 싱가포르 국적의 궉기성(Kwek Kee Seng), 대만 국적의 천시환(Chen Shih Huan)은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제재 대상인 유류 등을 운송하는 데 관여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 7개는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한 조선은금회사, 북한 노동자 송출과 관련된 남강무역, 선박 간 불법 환적에 연루된 조선은파선박회사, 포천선박회사, 뉴이스턴 쉬핑(New Eastern Shipping), 안파사르 트레이딩(Anfasar Trading)과 스완시스 포트 서비스(Swanseas Port Services)다.

다만 이번에 제재된 기관, 개인은 이미 미국의 기존 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또 남북 간 교역은 2010년 천안함 피격에 따른 5.24 조치 이후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독자 제재와 마찬가지로 이날 제재 또한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일 외교부가 발표한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대상. 외교부.

2일 외교부가 발표한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대상. 외교부.

미ㆍ일, 해킹조직 등 제재

이에 앞서 미국 재무부도 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전일호 국방과학원 당위원회 위원장, 유진 전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김수길 전 군 총정치국장 등 노동당 간부 3명을 추가 제재했다. 재무부는 "이들이 북한의 WMD 개발을 위한 노동당 결정의 이행을 감독하는 등 주요 역할을 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여러 차례 직접 참관했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독자 대북 제재.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독자 대북 제재.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쳐.

일본 외무성도 2일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무기거래 단체인 해금강무역회사,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무역회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 단체 3곳과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의 베트남 대표 김수일을 추가 제재했다. 특히 해킹 조직 라자루스는 2019년 미국 재무부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돈줄 죄기 전 경고

이날 한ㆍ미ㆍ일의 연쇄 대북 제재는 북한의 암호화폐 수익을 끊기 위한 사이버 분야 대북 제재 추진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나왔다. 이미 불법 사이버 활동에 관여한 인사와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둔 상황이라고 한다. 이날 제재는 본격적인 '돈줄 죄기'에 나서기 전 북한을 향해 "섣불리 중대 도발에 나서지 말라"는 사전 경고 성격인 셈이다.

또한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을 비롯한 공동 대응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동맹ㆍ우방국의 반복적인 독자 제재 발동으로 안보리 제재에 필적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포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끼리 대북 독자 제재를 중첩적으로 쌓아가는 것도 의미가 크다"며 "기존 유엔 제재와 각국의 독자 제재가 상호 보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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