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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모'로 떴지만 '철모' 넘어섰다…현장 누비는 '행정의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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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6.1지방선거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4~5월. 대전 서구 주민들은 출퇴근 때마다 주요 교차로에서 이색적인 장면을 봤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철모를 쓰고 지지를 호소하던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인 그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철모를 썼다"고 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철모를 쓰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철모 구청장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철모를 쓰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철모 구청장

철모를 쓰고 거수경례로 인사하는 그의 모습은 금세 유권자 뇌리에 각인됐다. 여야 정치권에선 “(서)철모가 일을 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1일 대전 서구청장에 취임한 서철모(58·국민의힘) 구청장 얘기다. 그 역시 “이름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앞으로 4년은 이름이 아닌 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2022 지자체장을 만나다]

중앙부처-광역·기초자치단체 모두 근무

서철모 서구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구(區)청사 안에 갇힌 단체장이 아니라 50만 구민 민원을 현장에서 파악하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중앙무대(행정안전부)와 광역자치단체(대전시·충남도), 기초자치단체(천안시)를 거치며 30년간 공직을 경험한 그는 자타공인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다. 대전 구청장 5명 가운데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행정 경험을 쌓은 건 그가 유일하다. 하지만 서 구청장은 “오랜 공직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6개월가량 앞둔 지난해 11월 대전시 행정부시장에서 물러났다. 현직에 몸담았을 때만 해도 출마 여부는 반반이었다. 하지만 공직 경험을 주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가운데)이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이름을 붙힌 철모를 쓰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철모 후보 캠프]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가운데)이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이름을 붙힌 철모를 쓰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서철모 후보 캠프]

서철모 구청장은 취임식 당일인 7월 1일 새벽 직원들과 함께 둔산 도심을 찾았다. 쓰레기로 가득한 도심에서 환경관리원과 청소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현장일수록 근무환경이 어렵다. 애로 사항을 자주 듣겠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취임식에서 주민에게 운동화를 선물로 받았다. 그는 “오직 주민만 보고 달려가라는 당부이자 명령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대현안 '둔산지구 활성화' 해법 

서철모 구청장은 최대 현안 과제로 노후한 둔산지구 활성화를 꼽았다. 1990년대 초반 조성된 둔산지구는 관공서와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한 대전 대표 도심이지만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지 40년, 공공주택(아파트)이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다. 건물 노후화 등 안전문제가 제기되고 최대 25층인 층수 제한과 250%인 용적률 기준으로 재개발에도 제한을 받고 있다. 그는 용적률을 현실에 맞게 완화, 둔산지구 리빌딩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전시 도시계획 조례만으로도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취임 직후 한 달간 ‘설레는 첫 만남’을 주제로 24개 동(洞)을 모두 방문하고 주민총회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현장에선 재개발·재건축 등 중장기 사업부터 공유공간 조성, 행정복지센터 신축 등 단기사업까지 15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그는 “경로당 하나까지 모두 구청장 책임이라는 걸 현장에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당선인 시절부터 개선 과제로 꼽은 ‘생활 폐기물 수거 체계 전환’도 추진했다. 쓰레기를 길가에 쌓아 놓는 기존 중간 집하 방식이 도심 미관을 해치고 주민 불편을 가져온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차대 차 수거 방식을 운용 중이다. 그는 도시 고질적인 민원 중 하나인 교통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전광역시 장태산 휴양림을 산책하던 도중 휴식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대전광역시 장태산 휴양림을 산책하던 도중 휴식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서 구청장은 장태산·노루벌 일대 국가정원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이 지정하는 국가정원은 국비 등을 투입해 생태환경을 보전한다. 대전 기성동에 있는 장태산자연휴양림은 2019년 여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찾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행정고시로 공직 입문…이장우 대전시장 고교 선배
충남 홍성이 고향인 서철모 구청장은 중·고등학교와 대학(충남대 행정학과)을 모두 대전에서 졸업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서 구청장 고등학교(대전고) 후배다. 1991년 행정고시(35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그는 행정안전부와 충남도를 거쳐 2015년에는 천안부시장으로 이동, 기초자치단체 행정 경험도 쌓았다. 2020년 6월 대전시 행정부시장(1급)으로 자리를 옮겨 1년 5개월 동안 일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지난 7월 1일 취임식에서 선물로 받은 운동화를 들고 아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대전 서구]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지난 7월 1일 취임식에서 선물로 받은 운동화를 들고 아내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대전 서구]

대전시 행정부시장 시절 정부대전청사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던 서 구청장은 대전시민이 겪어야 할 상실감과 박탈감에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직업공무원으로 무력감을 느꼈고 그게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서철모 "직원들은 일에만, 책임은 모두 구청장" 

그는 직원들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당부하고 있다. 모든 업무를 내 일처럼, 모든 예산을 내 돈처럼 생각하고 집행하라는 취지에서다. 원칙을 지키고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모든 비판과 책임은 구청장이 감당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철모 서구청장은 “그동안 많은 분을 만나 (서구에) 필요한 게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며 “4년이 지난 후에도 구민 선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대전 장태산휴양림. 중앙포토

대전 장태산휴양림.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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