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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합친다? '관저 만찬'에 권성동·장제원 재결합설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15일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후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공개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뉴스1

지난 7월 15일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후 여럿이 모이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공개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뉴스1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되면서 친윤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전격적으로 2선 후퇴를 선언했던 장제원 의원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 평의원으로 돌아간 권성동 의원이 최근 다시 보폭을 넓히면서 당권 경쟁을 앞두고 친윤계가 어떻게든 세력화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여권에 퍼지고 있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4인방(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부부의 지난달 22일 관저 만찬 소식이 알려지면서 권·장 의원의 연대 복원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결합 타진하는 권성동

차기 대표는 2024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된다. 이런 ‘큰 판’에서 권 의원은 대표 경선 직접 출마를, 장 의원은 대표 후보와의 연대를 통한 세력 형성을 최우선 선택지로 두고 있다. 과거 서로를 ‘브라더’로 칭하던 시절이었다면 당연히 두 사람이 힘을 합쳤겠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 두 사람은 아직까진 경쟁 관계에 가깝다. 두 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진 사이 당권 경쟁은 묘한 구도가 형성됐다. 여론조사만 놓고 봤을 때 대표 출마 의지를 밝힌 후보군에선 안철수 의원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후보군에선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통령실 주변과 여의도 친윤계 사이에선 “막상 뚜껑을 열면 김기현 의원이 가장 경쟁력 있다”는 말이 돈다.

그런 복잡한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독자 경쟁력이 약한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은 최근 주변에 “장제원과 같이 가겠다. 곧 자리를 마련해 따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친윤계의 구심점이 되길 바라는 권 의원으로선 2선 후퇴 중에도 여전히 당내 친윤계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장 의원과의 관계 회복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5개월 가까이 사실상 소통 단절 상태였던 두 사람은 최근 다시 전화로 소통하며 ‘핫라인’을 다시 구축했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권성동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당권을 위해 본격적으로 링 위에서 뛰려는 권 의원으로선 장 의원과의 갈등 해소가 필요 조건이다.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서로 멀리 오긴 했지만 계속 갈라져 지내는 게 좋을 건 없다”면서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친윤계 대표가 되는 첫 번째 대전제인 윤 대통령의 신임을 위해선 최소한 형식적으로나마 장 의원과의 관계 회복이 급선무인 것이다.

실제 지난달 22일 관저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의기투합”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여당을 향한 그립을 세게 쥐려는 윤 대통령으로선 권·장 의원의 관계 회복을 단일대오의 제1 조건으로 여길 수 있다. 복수의 만찬 참석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선 캠프 당시 우여곡절을 한참 얘기하며 “우리가 함께 의기투합해서 만든 정권 아니냐. 앞으로도 그렇게 잘 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만찬을 부부동반으로 넓힌 장본인은 김건희 여사였고, “가족같은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의원 조직 띄우는 장제원

하지만 2선 후퇴 선언 후 후방에서 땅을 고르고 있는 장 의원은 권 의원보다는 이른바 ‘장제원계’ 의원들과의 독자적 소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장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출범을 준비해 온 당내 친윤 공부모임 ‘민들레’는 1일 ‘국민공감’으로 탈바꿈한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7일엔 첫 모임을 갖는다고 예고했다. 이들 모임의 첫 강연자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퇴임 후 처음 찾아갔던 김형석(103) 연세대 명예교수가 초빙됐다. ‘정치가 철학에 묻는다’는 주제로 강연을 듣는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의원이 지난달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 국민의힘 의원 115명 가운데 65명가량이 모인 국민공감은 출범과 동시에 당내 최대 모임이 된다. 이철규(총괄 간사)·김정재(총무)·박수영(기획)·유상범(공보) 의원 등 장 의원 최측근들이 간사단을 구성했고, 장 의원도 “6개월만에 이름까지 바꿔 시작하는 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첫 모임에 함께하자”는 요청에 참석을 고심 중이라고 한다. 다만 장 의원이 모임 좌장 격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게 “계파 모임”이란 당 안팎의 비판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장 의원이 멀어진 계기도 민들레 모임이 추진되던 지난 6월 당시 원내대표이던 권 의원이 “계파 얘기가 나오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며 공개 비판한 게 결정적이었다.

당내에선 권·장 의원이 재결합하기까지는 다소 복잡한 함수를 풀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저 만찬 4인방만 해도 권 의원은 윤한홍 의원과, 장 의원은 이철규 의원과 각각 밀착하면서 분열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장 권·장 의원 두 사람이 관계를 회복한다고 해서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함께든 따로든, 두 윤핵관은 차기 당권 경쟁의 핵심 변수로 활동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평가다. ‘윤심’에 시선이 쏠리는 전대 국면에서 “아직 두 사람만큼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TK초선)는 말이 여전한 까닭이다. 일각에선 “측근일수록 총선 때 ‘개혁 공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비주류 중진)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두 사람이 어떤 형식으로든 전략적 동맹을 맺어야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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