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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마저…11월 14% 급감, 연말엔 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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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화물연대 파업 7일째인 지난달 30일 광양항 입구가 집회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이들이 세워둔 화물차로 가로막혀 있다. 황희규 기자

화물연대 파업 7일째인 지난달 30일 광양항 입구가 집회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이들이 세워둔 화물차로 가로막혀 있다. 황희규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가 엎친 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까지 덮쳤다. 수출이 두 달째 역성장하면서 8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간 적자 폭도 4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급감했다. 반면 수입액은 589억3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2.7% 증가했다.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면서 무역수지는 70억1000만 달러(약 9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시작된 마이너스 행진이 여덟 달째 이어진 것이다.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는 올해 누적 무역적자도 425억6000만 달러(약 55조5000억원)로 불어났다. 이대로면 연말까지 500억 달러 적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한국 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이 흔들리는 양상이 뚜렷하다. 수출 감소는 10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이어졌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수출 감소 폭이 한 달 전보다 훨씬 커지면서 빨간불이 들어왔다.

산업부는 주요국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수출 감소 폭 확대는 대외 여건 악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 “(앞으로) 상당한 수준의 무역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파업 후) 국내 항만에 수출 화물 반·출입이 급속하게 줄었다. 우리 기업의 수출 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대외적으로는 특히 반도체·중국 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최근 수요 감소세가 두드러진 반도체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9.8% 줄었다. 8월부터 넉 달째 마이너스다. 기업 재고가 늘어나는 반면 D램·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은 내려간다. 지난해 10~12월 3.71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올 10~11월엔 2.21달러로 크게 내렸다. 또한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자동차·차 부품·이차전지·석유제품 등 4개를 빼곤 모두 수출이 줄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시장도 잔뜩 먹구름이 꼈다. 11월 대(對)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5.5% 감소했다. 6월부터 계속 역성장하는 가운데 지난달 낙폭이 제일 컸다.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이 영향을 미치면서 반도체와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대다수 품목 수출이 줄었다. 수출액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아세안 지역에 대한 수출도 중간재 감소 여파로 13.9% 줄었다.

반면에 수입은 여전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한 달간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155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7.1% 늘면서 무역적자 악화를 부추겼다. 이들 에너지원의 수입 단가가 높은 수준인 데다 동절기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조기 확보 등도 영향을 미쳤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문동민 실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기업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가 지속하면 12월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위기가 지나면 억제된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만큼 투자와 상품 경쟁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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