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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팹리스 2000개 넘어…한국에 위협요인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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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충정로에서 진행된 효당강연에서 이우근 칭화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일 서울 중구 충정로에서 진행된 효당강연에서 이우근 칭화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미국은 반도체 기술과 시장의 칼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지만 향후 2~3년 후 시장은 예측 불허 그 자체입니다.”

이우근 中 칭화대 종신교수의 진단 #“中 제품 소화하고 공급망 유지해야” #1일 서울국제포럼 효당 강연서 특강

이우근 중국 칭화대 종신교수는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 효당(曉堂) 강연에서 ‘반도체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IBM 왓슨연구소 출신으로 2006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자 중국 최고의 이공계 인재들이 모인 칭화대에서 종신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외교 전략으로 한·미·일·대만의 ‘칩4’(Chip4) 동맹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두 나라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석학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먼저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시장이 출발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 도시바 같은 기업을 이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지만 중국은 10% 미만인 국산화율을 높이는 게 목표로 (반도체 지원 정책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가 반도체를 국산화해도 중국 내수 시장이 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일 서울 중구 충정로에서 진행된 효당강연에서 이우근 칭화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일 서울 중구 충정로에서 진행된 효당강연에서 이우근 칭화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어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창업을 활성화하고, 설계 자동화(EDA)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팹리스 분야에서 취약하지만 중국엔 기업만 2000개가 넘는다”며 “그만큼 (중국의) 산업 체질이 개선되고, 진화하고 있어 한국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일본 업체를 따라잡은 계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할 때 선도적인 투자 집행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서는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중국은 한·중 관계에서 반도체 외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선 반도체 협력이 필요하다. 국산 중저가 제품도 소화할 수 있는 포용적 전략을 취하고, 중국 내 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당 강연은 이홍구 서울국제포럼 이사장의 호를 딴 강좌로 이번에 2회째를 맞았다.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은 “경제 안보가 지금처럼 중요한 적이 없었다”며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산업이 방향성을 조명하기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엔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옥용식 고려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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