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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49곳 기름 품절…석유화학 단지 하루 600억씩 날아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을 탱크로리(유조차)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에 접어든 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문구가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을 탱크로리(유조차)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1일로 화물연대 파업이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 현장 곳곳에서 물류 마비에 맞선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철강·타이어 업계에서는 이번 주말을 최대 고비로 보고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시멘트 업계에 이어 정유 업계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 명령 검토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기준 전국에서 기름이 품절된 주유소는 49곳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20여 곳 늘었다. 기름 수요가 많은 수도권 주유소는 물론 충남, 강원 등 지방 주유소에서도 품절 주유소가 나왔다.

정유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긴급 배차로 24시간 안에 주유소에 기름을 보내줄 수 있지만 품절 주유소가 100개 이상 나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탱크로리로는 하루 안에 기름 보충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재고는 5일분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수도권 주유소의 재고는 길어야 2~3일 남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말부터는 일상적인 기름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전남 광양항 입구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화물 차량으로 봉쇄되어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 광양항 입구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화물 차량으로 봉쇄되어 있다. 황희규 기자

석유화학 업계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출하장마다 화물연대 조합원 차량 진·출입을 가로막으면서 원료가 제때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GS칼텍스 등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일평균 600억원 가까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설비 가동률이 80% 정도로 가동 범위 안에서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제품 출하를 제때 못해 지금보다 가동률을 더 낮춘다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번 주말을 넘기면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역시 숨 가쁜 상황이다. 현대제철 전국 5개 사업장은 철강 5만t 전량이,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철강 10만여t이 공장 안에 그대로 쌓여 야적 공간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제품 보관 장소를 더 이상 찾지 못해 생산 자체를 중단하는 공장도 발생했다. 업계는 파업 이후 이날까지 총 7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을 출발한 완성 차량이 인천항으로 개별 탁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경기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 공장을 출발한 완성 차량이 인천항으로 개별 탁송되고 있다. 뉴스1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자동차 업계에서는 파업 사태로 ‘로드 탁송’(완성차 직접 운송) 등 인건비와 운영비 추가 부담금이 전체적으로 하루 평균 5억원 이상 발생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르바이트 탁송 기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매일 새벽 5시부터 수백 명씩 몰리고 있다. 하루에 완성차 1~3대를 운송하는데 일당이 1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구매자들이 늘어난 주행거리에 항의하면서 현대차·기아 측은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000㎞ 연장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이번 파업으로 컨테이너 반출량이 평소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금호타이어도 이날 신차용 타이어 물량을 제외한 생산 제품의 출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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