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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유명 유튜버 거느린 샌드박스도 ‘휘청’, MCN업계엔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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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네트워크의 사무실 모습. [사진 샌드박스네트워크]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사무실 모습. [사진 샌드박스네트워크]

국내 최대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 회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샌드박스)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지난 9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지 3개월 만이다. 이를 계기로 MCN 산업의 미래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무슨 일이야

MCN은 유튜브 성장을 타고 떠오른 산업. 크리에이터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해주는, 일종의 ‘유튜버 소속사’다. 국내에서는 다이아TV·샌드박스·트레져헌터가 ‘빅3’로 통한다. 특히 2015년 설립된 샌드박스는 게임 유튜버 ‘도티’, 구글코리아 출신 이필성 대표가 공동창업해 유명세를 탔다. 곽튜브·침착맨 등 인기 유튜버들도 소속돼 있어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높다. 이런 샌드박스가 사업조직을 개편하고, 권고사직에 나선 것.

샌드박스는 왜

① 적자의 굴레: 이 회사는 2019년 608억원, 2020년 899억원, 2021년 11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외형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을 메꾸진 못했다. 2019년 78억원, 2020년 72억원 수준이었던 적자는 작년 121억원으로 늘었다. 적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샌드박스 관계자는 “유튜브 중심으로 콘텐트 소비시장이 재편되고, 유동성이 풍부했던 자본시장을 낙관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② 출혈 경쟁: ‘크리에이터 확보전’에 따른 타격도 있었다. 경쟁사끼리 큰돈을 들여 유명 크리에이터를 앞다퉈 영입하는 경쟁전이 벌어지면서 출혈이 불가피했던 것.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영입 경쟁도 부담이 됐을 거다. 유명 유튜버를 데려오기 위해 수익 배분율을 몰아준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며 “외형 확대에 몰두해온 게 기업의 질적 성장에는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경영진의 헛발: 샌드박스는 올해 3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대대적인 채용 광고까지 내면서 사람을 뽑았다. “내 동료가 돼라” 외치고선, 불과 8개월 만에 인력 감축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선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샌드박스의 직원 수는 500명 이상. 직원 수 100명 안팎인 경쟁사들 대비 지나치게 큰 규모라는 지적도 나온다. 샌드박스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수익보다 성장 중심으로 전략을 짰고 채용도 이 일환으로 이뤄졌는데 시장이 바뀌어 변화가 불가피했다”며 “앞으로는 회사의 군살을 빼고 핵심 자산인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더 잘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핵심 사업인 광고 비즈니스(브랜디드 콘텐트 기획·업로드), 유튜브 사업(애드센스·유튜브 프리미엄) 매출이 매년 증가한 만큼 구조조정 이후 본업에 충실하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샌드박스네트워크]

샌드박스는 핵심 사업인 광고 비즈니스(브랜디드 콘텐트 기획·업로드), 유튜브 사업(애드센스·유튜브 프리미엄) 매출이 매년 증가한 만큼 구조조정 이후 본업에 충실하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샌드박스네트워크]

이게 왜 중요해

업계에선 MCN의 성장에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샌드박스만 적자를 내는 게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시원치 않아서다. 빅3 중 한 곳인 트레져헌터 역시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연결기준으로 지난 2020년 62억원, 2021년 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었지만, 지난 5월 거래소로부터 기업 내부통제 등 경영 투명성 문제를 지적받고 결국 계획을 접었다. 주요 MCN 중엔 뷰티 버티컬 MCN 레페리만 흑자를 내는 수준이다.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투자가 얼어붙은 ‘돈맥경화’도 문제지만, 현재의 사업모델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

◦빛 좋은 개살구?: MCN의 가장 큰 수익은 광고다. 유튜브의 경우 구글 광고 중개 서비스 ‘애드센스(Adsense)’에서 수익을 얻는데, 이 가운데 45%는 구글이 갖고 55%는 크리에이터의 몫이다. MCN은 통상적으로 크리에이터 수익의 20%를 배분 받는다. 『2023 콘텐츠가 전부다』의 저자 김봉제 작가는 “크리에이터에 가는 돈은 많고 제작·기획·관리에 필요한 인력이 많다 보니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고 짚었다. 중소 MCN업체 한 관계자는 “MCN 기업들 가운데선 크리에이터가 유튜브에서 얻은 애드센스 광고 수익 총액을 재무제표상에서 매출로 기재해 매출을 뻥튀기한 사례들도 있다”면서 “‘이 정도 매출이면 이 정도 적자가 나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이 투자자의 관점을 흐려 자금 쏠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오래된 미래: 국내보다 MCN산업이 먼저 발달했던 북미·유럽에선 이미 문을 닫은 곳들도 있다. 광고 매출에만 의존했던 글로벌 MCN 디파이미디어는 수익성 악화로 2018년 폐업했다. 미국 최대 MCN 메이커스튜디오는 2014년 디즈니에 5000만달러에 인수됐지만 2019년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해 샌드박스 관계자는 “초기 MCN 시장과 현재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지금은 광고 시장의 중심이 유튜브로 완전히 옮겨 왔다”며 “브랜드 광고를 유치해 영상을 통해 내보내는 광고 사업의 수익성은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성장의 천장: MCN은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돕는 존재지만, 수수료라는 ‘파이’를 나눠 먹는 존재이기도. 익명을 원한 유튜버는 “MCN에 소속되면 편하지만, 광고 수주 등을 대행해준 대가로 수익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굳이 계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부 인력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크리에이터들이 MCN 품을 떠나 독립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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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MCN들은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샌드박스는 우선 콘텐트 글로벌 유통과 국내 미디어 판매·출판 사업은 외부 제휴를 통해 해결하고, 신사업 중 당장 수익 내기 어려운 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 등은 접기로 했다. 자체 IP를 활용한 콘텐트를 키울 계획.

샌드박스 관계자는 “‘좀비트립’ 같은 제작 기반 콘텐트 IP 생산에 더 집중하고, 메가 IP를 활용한 IP 비즈니스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트레져헌터도 버추얼 크리에이터를 통한 광고를 비롯해 메타버스·NFT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가영 콘텐트미디어산업 전문가는 “어떤 산업이든 산업화가 되면 ‘중간거래상’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MCN 역시 IP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