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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기 남긴 선수협 회장, 김현수가 맡긴 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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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선수협 신임 회장이 1일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고봉준 기자

김현수 선수협 신임 회장이 1일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고봉준 기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최근 회장 선임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기존 양의지 회장의 뒤를 이을 제12대 회장을 KBO리그 선수들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출했지만, 최다득표자가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파장이 생겼다.

앞서 선수협은 최근 5년간 평균연봉을 추려 최고연봉자 19인을 회장 후보로 추대했다. 해당 최다득표자 역시 자신이 후보 중 한 명이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개표가 끝난 뒤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면서 선수협 안팎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선수협은 1일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긴급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새로 뽑기로 했다. 1차 투표에서 2~4위를 기록했던 김현수와 김광현, 강민호를 최종 후보로 두고, 이날 총회로 출석한 KBO리거 446명이 한 표를 행사했다.

이렇게 진행된 2차 투표에선 김현수가 가장 많은 209표(득표율 47%)를 받아 신임 회장이 됐다. 김현수의 뒤를 이어선 김광현이 142표(득표율 32%)를, 강민호가 95표(득표율 21%)를 얻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현수는 “선수들이 뽑아준 만큼 선수협이 더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하면서도 “선수협 회장은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2차) 투표까지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사무총장님이 열심히 뛰어주시리라고 믿고 나 역시 (전임) 양의지 회장처럼 잘해보도록 하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일단 선수협은 공백 없이 차기 회장을 선출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이번 촌극이 남긴 생채기는 한동안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다수가 회장직을 꺼린다는 인식이 틀리지 않았음을 선수협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현수는 “요즘 선수들의 생각도 많이 바뀐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잘하다 보면 선수협이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에겐 사생활 관리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프로의식을 갖고 이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김현수는 “나는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선수협 총회를 오게 됐다. 16~17년간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 말을 잘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들어주지 않는 것은 또 아닌 만큼 선수협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직접 뽑은 리얼글러브 어워드를 열었다. 2022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올해의 선수로는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선정됐다. 2년 연속 영예를 안은 이정후는 “올해에도 선수들이 뽑아주셔서 어떤 상보다 뜻깊고 값진 것 같다. 2년 동안 회장으로 고생해주신 양의지 선배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고, 새로 회장을 맡으신 김현수 선배님께도 응원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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