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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북핵 해결 위해 압박과 외교적 노력 병행해야"

중앙일보

입력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중앙일보-CSIS 포럼 2022‘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격변기의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션 2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일 열린 '중앙일보-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2022'에 모인 한·미 석학들은 '7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란 주제로 열린 2세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확장억제와 함께 외교적 접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한반도에 국한돼 민족을 내세웠던 기존의 대북 정책을 넘어, 동아시아와 글로벌 관점에서 북핵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외교의 역할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장관은 "외교와 억지는 수레바퀴처럼 같이 가야 한다"며 "대화 없이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남북관계가 오해나 잘못된 판단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빅터 차 CSIS 수석부소장 겸 한국 석좌
한국 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국은 이런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어서 미국이 지금까지 제공해왔던 것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북·중·러의 밀착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이에 상응해서 한·미·일의 공조도 긴밀해질 것이다. 또한 워싱턴과 베이징의 거리도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을 방치했다고 중국을 비판할 것이고, 중국은 미국이 북한이 느끼는 안보위협에 제대로 대응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밖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압박 강화, 북한의 암호 화폐 탈취에 대한 제재 강화, 한국 내 미사일 방어 강화 움직임과 이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전 주한 미국 대사
북한이 지난 몇 개월 동안 많은 미사일을 발사했고 핵실험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이 우리 모두를 잘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한·미 양국은 제도화된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어 몇 년 전보다 잘 대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3D(억제·단념·대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억제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커지고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미 동맹을 통해 심도있게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문가·국가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외교력 없는 억지는 위험하다. 외교를 말할 때 유연성이라고 표현을 사용하곤 하는데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표현도 좋은 것 같다.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닐 수 있지만 언젠가는 북한 문제 해결에 외교가 중요한 역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재)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
개인이나 공동체는 위기가 심화할수록 본질의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기가 강화되면서 한반도에서 평화·안보·안정 문제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세계적으로나 최소한 동아시아의 질서를 바꾸는 국제문제였다. 과거의 온건 대 강경, 관여와 제재를 넘는 철학적인 정책 인식 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제3의 옵션으로 남과 북, 민족통일, 남북관계라는 공식을 내려놓고 국가 대 국가, 각각을 공식적인 주권행위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평화공존을 이야기하지만 그 전 단계인 평화적 이혼, 평화적 분단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평화적 공존의 전제는 기본적으로 평화 분단이다. 남북이 독립 공존하는 상태에서 핵·미사일 문제는 세계·동아시아의 안보와 평화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해법이다.

위성락 (재)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통해 발신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미·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전술·전략핵 역량을 과시해 유사시 미·일의 한국 지원을 견제하고 한·미·일을 갈라치려는 전략이다. 이런 북한의 행태에 대처하려면 우선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다음에 외교 공간을 모색해야 하는데, 두 움직임은 일견 상충해 보여서 쉽지 않지만 미묘하게 배합하고 양자의 밸런스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체 핵개발, 전술핵 재배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등이 대안으로 나오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이를 위해 원론적 수준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확장억제 계획과 이를 협의할 포맷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런 계획이 한·미연합 전력 운용과 훈련에도 반영돼야 한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최근 국제정세를 보면 격변의 시대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개인적으로 격변을 초래한 가장 본질적인 동력은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처에서 이런 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세계 시민이 충격을 받았고 몇 달 전에는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됐다. 한국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다급한 이슈는 북한 문제다. 올해 북한의 동향을 보면 두 가지의 중요한 변화가 있디. 2013년만 해도 북한은 법으로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억제용으로 외부의 침략에 대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올해 9월 법을 개정해서 5가지 중대 국면에서 선제공격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오해와 오판에 따른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부수적인 위험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 중앙일보-CSIS 포럼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포럼은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열리는데 최근 2년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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