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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제로성장, 국민소득은 역성장…고물가·고금리에 저축 줄여 소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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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 여파로 올해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내수와 수출 전망이 모두 어두워 올해 4분기이후 역성장 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역성장하는 등 경제여건도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ㆍ고물가 속에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하며 가계의 여유자금인 저축도 줄고 있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3% 성장했다. 지난달 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서 화물차량들이 컨테이너를 운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3% 성장했다. 지난달 1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서 화물차량들이 컨테이너를 운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2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3% 성장했다.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수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분기에는 내수가 성장을 이끌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각각 .17%, 7.9% 증가했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2년 1분기(9.7%) 이후 가장 높다.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로 그동안 밀렸던 반도체 생산 장비 도입이 본격화된 결과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대로 수출은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8%로 지난 2분기(-1%)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내수가 번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지난 2분기(-3.1%) 뒷걸음질 쳤던 수출이 3분기(1.1%)에는 증가로 돌아섰지만 수입이 더 크게 불어난 결과다. 3분기 수입 증가율(6%)은 수출의 6배였다. 한은 이인규 지출국민소득팀장은 “동절기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원유ㆍ천연가스 수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성장은 끌고 있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금리인상 여파가 본격화되며 위축될 수 있다. 한은 최정태 국민계정부장은 “반도체 경기 둔화와 자본 및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설비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지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 줄며, 10월(-5.7%)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상품 수요 자체가 줄며 내년도 전망도 어둡다. 한은은 11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도 상품수출이 연간 0.7% 증가할 걸로 봤다. 올해 전망치(3.4%)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4분기에는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이후 각국의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 돼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들의 주머니는 얇아지고 있다. 3분기 실질 GNI는 465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7% 줄었다. 지난 2분기(-1.3%)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뒷걸음질 쳤다.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ㆍ이자ㆍ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한 것으로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GNI가 역성장한 건 반도체 등 한국 수출품목 가격은 하락하고 원유 등 수입품목의 가격은 높게 유지되며 교역조건이 악화된 결과다. 한국에서 생산한 생산품이 그만큼 제값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교역조건 악화에 명목GDP도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명목GDP가 줄어든 건 20년 2분기(-0.9%) 이후 처음이다. 명목GDP는 물가 상승이 반영되는 만큼 생산량만 반영된 실질GDP보다 체감경기를 더 잘 보여준다. 국가 간 경제규모를 비교할 때도 사용된다.

고물가에 가계 등이 쌓아 둔 여유자금도 줄기 시작했다. 가계ㆍ기업ㆍ정부가 소비를 하고 남은 여유자금을 뜻하는 총저축은 3분기 말 기준 178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7000억원(4.2%) 줄었다.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총저축을 뜻하는 총저축률은 32.7%로 전분기보다 1.5% 하락했다. 2003년 2분기(32.6%) 이후 가장 낮다. 총처분가능소득은 소득 중 세금,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ㆍ저축할 수 있는 부분을 뜻한다.

총저축률이 떨어진 건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했는데, 소비만 늘어난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보복소비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저축률 감소가 이어질 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는 불황이 와도 갑자기 소비를 급격히 줄일 수 없다”며 “고물가ㆍ고금리 상황 속에 저축을 줄여 소비를 유지하는 가계가 늘었다는 뜻인만큼 경제 불황이 반영된 지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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