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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막차 합류 호주, 16년만에 16강...광란의 팬들 "공휴일 달라"

중앙일보

입력

16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호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호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극적 막판 뒤집기로 16강에 진출했다.

호주는 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덴마크를 1-0으로 꺾었다. 덴마크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4강 팀이다. 이로써 호주(승점 6)는 2승1패를 기록하며 16강행을 조기 확정한 프랑스(승점 6·2승1패)에 이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호주(골득실 -1)는 프랑스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프랑스(골득실 +3)에 밀렸다. 호주는 2006년 독일 대회 이래 16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호주는 독일 대회부터 5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대회에선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같은 시간 열린 또 다른 D조 경기에선 튀니지가 프랑스를 1-0으로 꺾었지만, 호주의 승리로 16강 진출은 좌절됐다. 튀니지(승점 4)는 1승1무1패로 대회를 마쳤다. 덴마크(승점 1)는 1무2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호주는 또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로는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개최국 카타르와 이란은 탈락했다.

호주의 16강 진출에 광란에 빠진 호주 팬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의 16강 진출에 광란에 빠진 호주 팬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는 반전드라마를 썼다. 호주는 지난 6월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페루를 따돌리고 카타르행 막차를 탔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4로 대패했다. 역전패였다. 호주는 충격패에도 흔들리지 않고 튀니지와의 2차전에서 1-0으로 이기며 16강 진출 희망을 살렸다. 3차전 상대인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에 객관적 전력에서 뒤졌으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해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호주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카타르 도하에서 남쪽으로 약 21㎞ 떨어진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만 치렀다.

호주는 후반 15분 역습을 시도했다. 이어 골문을 쇄도하던 매슈 레키(31·멜버른시티)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덴마크 골망을 흔들었다. 이를 두고 외신은 깜짝 놀랄만한 승리라고 평했다. BBC는 볼 점유율에서 경기를 지배하던 덴마크를 호주가 영리한 역습으로 무너뜨렸다고 평했다.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눈빛에서 이길 준비가 됐다는 걸 확인했다"며 기뻐했다.

호주 역대 최연소로 월드컵에 데뷔한 난민 출신 거랭 쿠얼. AP=연합뉴스

호주 역대 최연소로 월드컵에 데뷔한 난민 출신 거랭 쿠얼. AP=연합뉴스

호주의 난민 선수들도 집중 조명 받고 있다. 호주는 최종 엔트리 26명 중엔 수비수 밀로시 데거넥(콜럼버스 크루)과 토머스 뎅(알비렉스 니가타), 공격수 아웨르 마빌(카디스)과 거랭 쿠얼(센트럴코스트 마리너스) 등 난민 출신 선수가 4명이다. 데거덱은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세리비아와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호주에 정착했다. 뎅, 마빌 그리고 쿠얼은 아프리카 수단 출신이다. 모두 내전을 피해 호주로 이주했다. 쿠얼은 지난달 24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호주 대표팀 역대 최연소(18세)로 월드컵에 데뷔했다. 마빌은 최근 인터뷰에서 "호주는 우리 가족을 받아줬고, 새 삶을 살 기회를 줬다"며 "기회를 준 호주가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호주 ABC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서 축구 팬들이 아침까지 폭죽을 터뜨리는 등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이날 호주-덴마크전은 호주 동부 시간으로 오전 2시에 시작했지만, 호주 멜버른의 페더레이션 광장 앞에는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며 응원하려는 축구 팬들로 가득 찼다. 호주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수천 명의 팬은 폭죽을 터뜨리고 응원가를 불렀다. 일부 팬들은 '공휴일을 달라'는 팻말을 적으며 흔들기도 했다. 호주 대표팀 도 공식 트위터에 호주의 승리를 축하하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트위터를 공유하며 '공휴일?'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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