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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폭격기 합동순찰 후 상대기지 착륙…"군사협력 확대 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95(위)와 중국의 전략폭격기 H-6. 이들 전략폭격기는 핵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유튜브 캡처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95(위)와 중국의 전략폭격기 H-6. 이들 전략폭격기는 핵타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유튜브 캡처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가 지난달 30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등에서 공동 순찰 비행을 한 데 이어 상대방 기지에 교차 착륙하는 훈련까지 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현지시간) 양측의 전략폭격기가 상대방 기지를 방문한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확대' 신호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투폴레프(Tu)-95 전략 폭격기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략폭격기 H-6K로 구성된 항공 편대가 동중국해와 동해 해상에서 공동 순찰 임무를 수행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가 합동 순찰의 목적으로 서로의 비행장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제법 조항에 따랐다. 타국의 영공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한국 합참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남해와 동해의 K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이를 알리지 않고 진입했다고 한다. KADIZ는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외국 군용기는 미리 알리는 게 관례다.

편대는 러시아 Tu-95 4대와 이를 호위하는 수호이(Su)-35 2대, 중국 H-6K 2대로 구성됐다. Tu-95는 미국의 B-52에 대적하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로 최대이륙중량이 200t에 이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명칭은 '베어(Bear)'로 냉전 시기 미국에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H-6K는 중국군의 전략 폭격기 H-6의 개량형으로 최대이륙중량은 79t이다. 최신 버전은 첨단 순항 미사일을 장착했다고 한다.

군사 전문매체 더드라이브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분석을 통해 러시아군의 Tu-95가 극동의 아무르주에 있는 공군기지를 출발해 중국 저장(浙江)성의 공군 기지에 착륙한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 군용기가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Tu-95는 약 8시간 비행했으며, 중국 기지에서 급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군용기도 러시아 기지에 착륙했지만, 그곳이 Tu-95가 발진한 장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연합 훈련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양측 군용기가 서로의 비행장에 착륙하는 형태는 이례적인 것이라며 "군사협력 확대의 신호"라고 더드라이브는 전했다.

이날 루마니아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나토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러시아와 협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 동맹은 불투명하게 군사력을 확장하고 러시아와 협력하는 중국의 정책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관련해 "우리가 맞이한 도전은 글로벌한 문제다. 나토의 틀 안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반발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공 등을 공동 비행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일본)에 대한 시위 행동을 명확히 의도한 것으로 안보상 중대한 우려"라고 비판했다. 또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러시아에 "중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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