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들 진짜 효녀네”…소녀들, 더는 오빠 안 찾는다

  • 카드 발행 일시2022.12.02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홀 앞. 이날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걸그룹 엔믹스를 보기 위해 100여 명의 팬이 방송국 입구에 줄지어 섰다. 남성 팬이 간혹 있지만 절대 다수는 여성이었다.

‘여덕’ A씨(22)도 이날 새벽부터 대열에 합류해 오후에 있을 엔믹스 사전 녹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엔믹스가 데뷔했을 때부터 ‘덕질’해 왔다는 그는 “엔믹스를 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팬들한테 잘해줘서 더 좋다”며 “어제 다른 방송에선 팬들한테 샌드위치를 나눠줬고, 오늘은 떡이랑 과자랑 포카(포토카드)를 ‘역조공’했다”고 말했다.

📌여덕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적 변형인 ‘덕후’와 여성의 합성어. 오타쿠(オタク)는 어떤 분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이란 뜻의 일본어로, 한국에 넘어오면서 애니메이션 등 일본 서브 장르에 집착하는 팬(주로 남성)을 지칭하게 됐다. 이후 K팝 팬덤의 열성 팬을 지칭하는 것으로 의미가 넓어지면서 부정적 뉘앙스가 희석됐다. 현재 남덕, 여덕은 가치중립적으로 쓰인다.

역조공이란 팬이 가수에게 선물하는 것(조공)과 반대로 음악방송 사전녹화 등에 참여하는 팬에게 가수가 하는 선물이다. 이르게는 오전 4시부터 인원 확인을 시작하는 사전 녹화는 팬에게도 고된 일정이라 생긴 문화다. A씨는 “아침에 역조공 박스가 방송국 앞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팬들끼리 ‘우리 애기들 진짜 효녀다. 덕질할 맛 난다’고 감탄했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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