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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필립 골드버그 대사 “한·미 동맹, 독재 정권에 맞서고 민주주의 증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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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중앙일보-CSIS 포럼 축사에 나선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우상조 기자

1일 중앙일보-CSIS 포럼 축사에 나선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우상조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1일 중앙일보-CSIS 포럼 축사를 통해 "한·미 동맹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육성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전 세계에서 선을 위한 힘을 행사하고 있고, 안보와 번영, 자유를 공유하고 있다"면서다. 이어 "한·미 양국은 지역과 세계에서 독재 정권의 영향력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민주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북·중·러 등 독재국이 제기하는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적인 공동 이니셔티브를 재정의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 골드버그 대사의 축사 전문.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축사 전문

시의적절한 포럼에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와 같이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역시 격변기의 한·미 동맹에 대해 열렸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미 동맹이 처음 결성될 때도 격변기였습니다. 냉전 초창기였고, 새로 선포된 마오쩌둥의 중국은 점점 더 공격적으로 소련과 불화를 빚고 있었습니다.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52년 12월 2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전쟁을 종식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취임 이후엔 몇개월 만에 '평화를 위한 기회' 연설을 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연설을 읽어본 지 오래됐다면 지금이야말로 다시 읽어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전세계의 평화 의지와 약속이 소멸되고, 전세계가 두 갈래의 길로 분열됐다고 한탄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0년이 지난 지금 말하는 민주주의와 독재 간 싸움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젠하워는 모든 국가는 정부의 형태와 경제 체제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항구적 평화는 국가 간 이해에 의해 존재할 뿐 군국주의 위에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사실입니다. 또 어떤 국가의 안보와 복지도 다른 국가와의 효과적 협력을 통해서만 항구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겐 엄청난 이점이 있습니다.

아이젠하워 임기 이후 세계는 규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지키려는 국가들의 네트워크 수립에 성공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법적·제도적 틀로 협력을 고취하고 갈등을 완화해왔습니다. 경쟁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도 공조를 통해 공통의 도전과제에 대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는 이같은 질서를 수호하고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는 평화와 번영을 육성하는 강력한 도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1953년 봄에는 우리에게 없었던 한·미 동맹입니다. 그 때 우리가 놓으느 이같은 톤대는 이후 군사동맹으로 성장해 이 나라 국민이 한국전쟁 이후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안정적 기반이 됐습니다. 바위처럼 단단한 토대 위에 네트워크를 수립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동맹이 제공하는 이점은 더 이상 한·미 두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한·미는 수십년간 가장 탄력적이며 튼튼한 동맹을 창출했습니다. 이 동맹은 새로운 안보 도전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선을 위한 힘을 행사하고 있고, 안보와 번영, 자유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가 앞으로 핵심 분야에 집중할 것을 제시한 이유입니다.

먼저 안보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각종 위협에 맞서는 경계와 준비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앞으로 다가오는 위협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그 다음은 경제 협력입니다. 다양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핵심적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 굿거버넌스도 과제입니다.

각각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습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의지는 공고합니다. 북·중·러 등 독재국이 제기하는 전례없는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글로벌적인 공동 이니셔티브를 재정의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아이젠하워 시절 결성한 유대 관계는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세계 안보의 모든 측면, 즉 우주의 책임있는 사용과 위기 관리, 긴급 대응, 보건 안보, 기후변화 등 훨씬 더 많은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1950년대초 안보를 최우선에 두며 한국은 최대 경제대국 중 하나로 성장하기 위한 안정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경제 파트너로 무역과 투자, 공동혁신 증대를 위해 지속적인 경제 안보와 번영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공통 가치와 시장 원칙에 뿌리를 두고, 공정한 경쟁과 지적재산권과 인권 존중 등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합니다.

한·미 양국 간 비지니스 파트너십은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에만 한미 기업은 수백억 달러의 공동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반도체와 고성능 배터리, 솔라 패널 등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재료와 부품 및 장비, 그리고 광범위한 공급망 등 핵심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졌습니다. 우리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세계 최구 수준이고,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퇴치를 위해 미국에서 개발된 백신과 키트를 한국 기업이 생산한 게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리고 양국 협력은 단순히 양자 관계를 넘어 세계의 공익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혁신에 있어 탁월한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바이오기술, 양자컴퓨터, 인공지능 혁신 가속화, 그리고 우리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청정에너지와 지속가능한 농업 등에서도 한·미는 자연스러운 파트너십이 형성됐습니다. 한·미는 지구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특히 기후위기가 미래 세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전례없는 의지를 갖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동맹이자 동등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로 한·미 양국은 함께 협력해 지역과 세계에서 독재 정권의 영향력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민주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의 지도자로 떠올랐고 신흥 민주주의 국가 육성과 수호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러시아의 부당하고 잔인한 침공에 맞서 우크라와 함께하고 ,북한정권의 인권침해를 규탄했습니다. 또 버마 군부에 책임 묻기 위한 노력에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항행 자유를 수호하는 등, 한·미는 지역과 세계에서 독재 정권의 영향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권과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존중과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예로 한국은 내년 3월 제2차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이 회의는 민주국가들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시급한 도전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강조하는 자리입니다. 또 투명하고 책임있는 거버넌스가 최선의 깊이라는데 깊이 전념할 예정입니다.

이제 역사가 우리로 하여금 강력하고 다면적 동맹을 전세계에서 사용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급속도로 확대된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은 한국인들에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발언권을 줬고 한국은 이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서 시너지를 낼 부분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이미 함께 협력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태 국가들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인프라와 인적자원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이웃과 친구가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함께 협력해 안보와 시장의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증진하며, 21세기 가장 어려운 과제인 동북아와 인태 지역에서 함께 대응하며 강해지고 있습니다. 동맹 간 긴밀한 협력과 지지는 우리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합니다.

우리 대통령은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희생이 자유의 대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과 동남아에 대한 침략은 자유 사회에 대한 위협이고 단합된 행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신뢰와 상호 존중으로 정의되는 세계에서 낙관론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미는 이런 근본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설한 곳은 워싱턴, 청중은 미국 신문편집인협회였습니다. 그가 말했듯, 언론인은 국민의 대표이자 동시에 책임을 갖고 세상에 대한 지혜와 이해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민주사회에서 무거운 짐이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포럼을 공동 주최한 중앙일보와 언론인이 행하는 매일매일의 노고에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앙일보-CSIS 포럼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포럼은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열리는데 최근 2년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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