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구당 평균 빚이 처음으로 9000만원을 넘었다. 10년 전까지는 5000만원대 초반이었던 가계부채가 1억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고물가에 금리까지 올라가며 가계 빚이 한국 경제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신호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1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는 9170만원(3월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68만원(4.2%) 증가했다. 평균 자산은 5억4772만원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5602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가구 자산은 전년보다 9% 늘었다. 가계가 부동산 자산을 사들인 영향이 컸다. 실제 올해 가계의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7.1%, 실물자산에서 9.5% 증가했다. 실물자산 중에서도 ‘부동산 중 거주주택’ 자산이 11.5% 늘었다.
29세 이하 가구 빚, 41% ‘급증’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해서 부동산에 투자한 젊은 층의 빚 부담이 급증했다. 올해 29세 이하 가구주의 부채 보유액이 5014만원으로 전년 대비 41.2% 증가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올해 금융부채를 얻어서 임대보증금을 끼고 집을 산 29세 이하 가구가 조사되며 부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영끌로 ‘갭투자’에 뛰어들고, ‘빚투(빚내서 투자)’에까지 나선 20대 가구주부터 빚 부담에 휘청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임 과장은 “29세 이하 가구는 표본 수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점을 유의해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전국 2만여 가구를 표본으로 하는데, 연령별 표본 수를 따로 정하지 않고 조사한다.
올해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비율은 63.3%였다. 가계 부채의 대부분은 금융부채(74.2%, 6803만원)로, 나머지는 임대보증금(25.8%, 2367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가구 64% “빚 갚기 부담스럽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64.4%로 전년보다 오히려 1.2%포인트 감소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한 통계임을 고려하면, 최근 가계의 부채에 대한 인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3월 당시 1.25%였던 기준금리는 이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2차례 거치는 등 12월 현재 3.25%로 올라 있다. 따라서 가계가 느끼는 빚 부담은 훨씬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사에서 ‘가계부채 상환이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가구는 4.7%였다.
소득 4.7% 늘 때, 세금·보험료 5.6% 증가
가구 평균 소득(지난해 기준)은 6414만원으로 전년 대비 289만원(4.7%) 증가했다.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이 4125만원으로 271만원(7%) 증가했고, 사업소득은 1160만원으로 25만원(2.2%) 늘었다.
세금이나 의료보험 등으로 나가야만 하는 비소비지출은 평균 1185만원으로 전년 대비 62만원(5.6%) 늘었다. 가구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5229만원으로 227만원(4.5%)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중에선 비영리단체에 대한 이전지출이 39만원(-16.2%) 감소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종교단체 활동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불평등은 악화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올해 10억273만원으로 전년 대비 1억160만원(11.3%) 불어났는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순자산은 771만원(5.2%) 늘어나는 데 그치며 불평등은 심화했다. 지난해 소득 5분위의 평균 소득은 1억4973만원으로 전년 대비 765만원(5.4%) 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소득 1분위의 평균 소득은 29만원(2.2%) 늘어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