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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준석,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 만든다…이대남 모으나

중앙일보

입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조만간 공개된다.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는 검찰이 자신의 무고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공개하는 걸 목표로 최근 커뮤니티 개설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지인의 결혼식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만나는 등 그동안 자제하던 외부 활동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준석표 온라인 커뮤니티’가 공개되면 청년층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정치를 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허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정치를 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허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표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최근 당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해 프로그래밍에 익숙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SNL코리아’에 출연해 암호화폐 투자 비법과 관련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하는 게 최고다. 비트코인을 (투자)하면 24시간 놓지 못하고 생활이 피폐해지지 않나. 그래서 난 자동투자로 한다. 그거 아니면 하면 안 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 측근은 “이 전 대표가 당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며 “공개 시점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고 난 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지 대해선 “(기소든 불기소든) 결과와 무관하게 개설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3일 무고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변호하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가 역으로 이 전 대표를 무고죄로 고발했다. 다만, 경찰은 이 전 대표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온라인상에서 2030 남성을 중심으로 팬층이 두터운 이 전 대표가 ‘이준석표 커뮤니티’를 개설할 경우 파급력이 작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후 2030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을 개설했고, 공개 5시간 만에 게시글이 4000건을 넘기는 등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의 대선 경선 당시 지지층이 이 전 대표의 지지층과 많이 겹쳤었다”며 “이 전 대표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면 이들 상당수를 흡수하고 기존 커뮤니티에 흩어져 있는 유저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움직임과 동시에 최근 공개석상에서의 정치 관련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 나란히 축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축사에서 “제가 4개월 전에는 축사 전문가였는데 요즘은 안 하다보니까 어색하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우리 직업은 결국 표를 던져야만 승부가 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식 주인공 부부를 향해 덕담을 하면서 “20년쯤 뒤에 제가 혹시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부부의 자녀가 투표권을 갖는 성년이 돼) 도움이 될 수 있는 표가 될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결혼식 참석자 사이에선 “당면한 총선뿐 아니라 20년 뒤 정치 인생까지 고려한 뼈 있는 발언”이란 반응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축사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이준석 대표님 정말 오랜만에, 6개월 만에 만났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다만, 하객석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직접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대학 강연 등을 제외하고 최근 정치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주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메시지 발신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의 '정치를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우스카페에서 열린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의 '정치를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결혼식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도 여의도에 나타났다. 그는 카페에서 열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의 저서 출간 기념회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나란히 참석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대표일 때 수석대변인을 지내 측근으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축사에서 “여의도에서 잠깐 거리를 두고 뉴스를 보면 우리 당 의원들이 뉴스에서 사라졌다”며 “의원 개개인의 고민이 당에 하나도 전달이 안 된다. 다양한 고민들을 당이 담아내면 다양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않을까(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하면서 지낸다. (총선에서) 3번 져서 4번째엔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 공천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총 1년 6개월의 당원권 정지를 받은 상태다. 당원권 정지가 내년 1월에 풀리는 만큼 이론적으로는 같은 해 4월 총선 때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친윤계인 유상범 의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공천 가능성에 대해 “그 부분은 검찰에 송치된 무고죄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될 것”이라며 “1심에서 유죄가 난다면 공천을 설령 준다고 해도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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