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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인 "무릎 꿇으면 살려주나요?" 우크라 핫라인 하루 100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징집병들이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징집병들이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오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항복해야 합니까? 무릎 꿇으면 되나요?"

최근 우크라이나 측에 항복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러시아군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퇴각한 뒤 이같은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항복 문의'를 하는 창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9월부터 운영 중인 콜센터 '살고 싶다(I Want To Live)'다. 이곳에서 전화 상담은 물론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러시아군의 문의에 답을 해준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낼 목적으로 개설했다.

BBC는 최근 '살고 싶다'로 접수되는 러시아 군인들의 문의가 하루 평균 100건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러시아군과 그들의 가족들로부터 접수된 문의는 현재까지 3500건이 넘는다.

접속 방법도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로 연결되는 핫라인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부 정보를 등록하면 '살고 싶다'와 연결된다.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전달받을 수 있다.

통화 상담가 스비틀라나(가명)는 BBC에 "항복 방법을 묻는 러시아군에게는 통상 '위치를 공유해달라'고 답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으로 전화하는 러시아 군인들은 거의 대다수가 간절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서 "군 부대에서 몰래 도망쳐 나와 전화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통화 건수가 확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가 지난달 9일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문의 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문의 내용은 매번 다르다"면서 "단순한 호기심에 전화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대비 목적으로 항복 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BBC가 확보한 일부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러시아 본토에서 온 메시지도 여럿 있었다. 스스로를 '모스크바 거주자'라고 밝힌 한 문의자는 "수차례 징집당할뻔했으나, 지금까지는 피했다.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싶지 않고, 내 목숨도 부지하고 싶다"며 방법을 물었다.

이에 우크라이나 상담원은 "일단 우리 '살고 싶다' 챗봇을 등록하세요. 그리고 우크라이나로 파견되기 전에 미리 최전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밀 휴대폰을 하나 준비하세요"라고 답변했다.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가족들이 징집병으로 가게 된 아들이 탄 기차를 향해 배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가족들이 징집병으로 가게 된 아들이 탄 기차를 향해 배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표한 부분 동원령에 따른 징집을 피하는 방법을 묻는 내용도 있었다. 한 문의자는 "(러시아) 시민인데, 우크라이나 시민이 되고 싶다. 이 절차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살고 싶다' 프로젝트는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 작전용으로도 활용된다. 우크라이나 측이 만든 선전 영상에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라.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음성이 나온 후 폭발음과 함께 러시아 군인이 항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또 항복한 러시아군은 전쟁포로 교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살고싶다'의 책임자인 비탈리 마트비옌코는 "우리는 싸우기를 원치 않는 러시아 징집병들을 대상으로, 전장에서 방패막이로 버려지는 군인들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들이 자발적으로 항복한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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