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승우의 미래의학

ESG 경영, 병원도 예외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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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병원은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공간이다. 이는 중환자실이나 수술장 등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의료장비들이 24시간 내내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 폐기물 역시 양이 많을 뿐 아니라 전문적 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가 잘 치유되기 위해서는 의료진뿐 아니라 50여 가지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 서로 화합하여야 한다. 병원의 사회적 책임은 숨 쉬는 공기와 같아서 모든 종사자가 당연히 실천해야 할 의무로 인식하고 있다.

수년 전에 ESG가 친환경(Environ 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것이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경영 원칙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이렇게 명문화되기 전부터 병원은 이미 ESG 경영이 필요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만 의료계는 오랫동안 무의촌 주민과 재난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은 물론 해외 의료봉사 및 선진 의술 전파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으니 이미 사회적 책임에 관한 한 ESG 경영을 시행해 온 셈이다.

기업의 사회책임 더욱 중요해져
기후변화는 건강에 직접적 영향
병원서도 친환경 전략 도입해야
깨끗한 환경이 인류의 미래 보장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를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지하에 묻혀 있던 탄소가 대기로 배출된 것이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인명 손실과 경제적 타격은 물론 재해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기에 의료계도 함께 해결해가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병원 역시 의료기록 전산화와 전자결재를 시행하며 종이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등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전개해왔지만 더 섬세한 체계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병원의 ESG경영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 개선 등 친환경 정책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수립해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 나아갔다.

가장 먼저 소방·전기·기계·위생 등 안전 분야 인력을 통합한 안전보건관리팀을 신설해 원장 직속으로 운영하고 있다. 뒤이어 외부 인사까지 포함한 ESG 위원회를 발족하고 윤리·준법 경영을 위한 규정과 책임 사항을 검토해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논의를 거듭한 끝에 사회공헌 활동 강화, 자연 친화형 병원, 에너지 절감 모범 병원이라는 3가지 세부 목표를 수립했다.

이 목표가 선언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 올해 4월에 환경부가 주관하는 수열에너지 보급 시범사업에 의료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면서 친환경 분야의 ESG경영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열 에너지란 바닷물이나 강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열에너지를 보급하는 친환경 재생 에너지인데, 삼성서울병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양재대로 지하 원수관로에서 물을 끌어와 냉방에 이용하기 위한 시설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에 공사가 완료되면 전기 소비량의 30%를 감축하고 탄소 절감 역시 소나무 39만3000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환경오염 우려가 높은 의료폐기물에 대한 분리배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연간 65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세계적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인증’ 획득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공헌 부문에서도 의료 봉사, 진로 멘토링, 취약계층 건강교육, 헌혈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온 바 있으며 최근 임직원 기부금을 모아 불우 환자 진료비 지원은 물론 항암치료 환자를 위한 응원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의 낡은 담요나 리넨을 유기견 보호소의 유기견 담요로 재활용하고 있고, 임직원 봉사시간 일부를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봉사 휴가도 신설하여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제도적 지원도 늘려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타 기업과 공동으로 사회 취약계층의 얼굴 기형 수술, 인공와우 수술 등 의료지원 활동도 10여년 이상 지속하고 있고, 임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두 번째 어린이집을 개원하고 후생·교육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증 환자의 치료 후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협력관계에 있는 여러 병·의원과 치료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의료계가 ESG 경영을 실천한다면 인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한다는 목표가 실현될 것이다.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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