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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하철·코레일도 파업 가세, 민생과 시민 볼모는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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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거대 노조 기득권만 지키고, 울타리 밖 노동자 역차별

MZ 노조는 강경·정치 투쟁 반대, 노동운동도 변해야

서울교통공사 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를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어제 총파업에 돌입했다. 대체 인력을 투입해 출근길 혼란은 간신히 막았지만 퇴근길은 운행률이 떨어지면서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코레일마저 2일 파업을 예고해 출퇴근길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교통공사는 연간 1조원가량의 적자를 이유로 2026년까지 1539명의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2018년 무기직 1285명을 정규직화한 게 인건비 부담을 키웠다. 당시 정규직 전환자의 상당수가 친인척으로 드러나 국정감사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와 되레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적자의 원인이 늘어난 인건비 때문만은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 등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이 3709억원(2019년)에 달한다. 코레일은 손실 비용의 일부를 국고로 지원받지만 교통공사는 못 받는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무임 손실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 구조조정만 내세우는 사측과 방관만 하는 정부의 대처도 문제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파업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이태원 참사 후 많은 사람이 밀집 공간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운행률이 더욱 떨어져 역사와 열차 내부의 과밀화 현상은 심각해질 것이다.

노조의 강경 일변도 투쟁 역시 잘못이다. 막판에 사측은 구조조정 1년 유예 카드로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민들의 발을 묶고 있다. 앞서 화물연대가 무리한 투쟁으로 건설현장 508곳을 ‘셧다운’시키는 등 산업 전반을 뒤흔든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파업 거부 동료들에게 쇠구슬까지 던진 폭력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젊은 세대 노동자들도 민주노총 주도의 강경·정치 투쟁을 반대한다. 교통공사의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인 올바른노조는 “만성 적자를 검토하지 않는 파업은 명분이 없다”며 불참했다. 이들은 ‘한·미 연합훈련 반대’ 같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의 정치투쟁도 비판해 왔다. 노동자 권익과 무관한 정치적 행동은 노조의 권리가 아니란 이유에서다.

한때 ‘노동자의 인권 증진’처럼 노조의 주장을 옹호하는 게 선진화의 길과 맞닿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거대 노조는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한다. 오히려 노조의 울타리 밖에서 역차별당하는 노동자가 훨씬 많다. 민생을 볼모로 한 투쟁 방식도 시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거대 노조도 이제 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임계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