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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해임안과 뒤엉킨 예산안…與 '국조 보이콧' 맞대응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이틀 앞둔 30일에도 여야는 새해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뒤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해임건의안 진행 과정을 보면서 국정조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며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포함돼 있고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국정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파면하라고 요구한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조사 시작도 전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꺼냈다”며 “어렵게 놓은 협치의 다리를 민주당이 먼저 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민주당을 향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보이콧(거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여권에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경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제출한 해임건의안은 하루 뒤인 다음달 1일 본회의에 자동 보고된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로 발의되는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발의·의결 모두 단독 강행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게 변수다. 본회의 개의·상정권을 가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기한 내 본회의를 열어주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김진표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수적 열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김 의장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최후의 방어전을 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내일, 모레 이틀 간 본회의를 열 안건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그래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열어선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장이 상정 여부를 밝혔냐는 질문에는 “(들은 게) 없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 출신이지만, 이번 해임건의안 의결에 길을 터줄 경우 ‘여야가 어렵게 이룬 국정조사 합의 파기에 일조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열쇠를 쥔 김 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결정한 뒤 주호영(국민의힘)·박홍근(민주당) 양당 원내대표를 국회의장실에 불러 회동을 주재했다. 하지만 여야는 40여분간의 회동에서도 이 장관 거취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음날(12월 1일) 오전 의장실에서 다시 만나 막판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해임건의와 국정조사 거부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여야 앞에는다음달 2일이 법정시한이 도래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가 놓여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국민의힘)는 해임건의안 처리를 보류하고 예산안 통과를 먼저 하자는 입장”이라며 “만약 해임건의안을 강행한다면 예산안 처리는 물 건너가고 극심한 정쟁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예산안 수정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할 가능성에 대해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민주당이 얼마든지 수적 우세를 무기로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이태원 사고·코로나19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이태원 사고·코로나19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 기류는 이날 여야 간 대치를 한층 고조시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국정조사 계획서에 조사 대상으로 사실상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답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민주당의 본회의 단독 개의에 대비해 ‘12월 1일과 2일 국회 경내 비상 대기령’이 내려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제57회 전국여성대회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국정조사를 반대했다가 대승적으로 합의해줬다”며 “민주당이 협치와 민생을 땅에 묻고, 그 위에 이재명 당대표 방탄기념비를 세웠다.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어떻게든 국회를 여야 격동의 장으로 만들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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