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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백신 수입만 하나" 故박만훈 SK바사 부회장, 국민훈장 목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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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만훈 부회장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고 박만훈 부회장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우리는 왜 백신을 수입만 하는가.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지난해 타계한 고(故) 박만훈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 부회장의 지론이다. 그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팬데믹 3년 차인 2022년, SK바사는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할 수 있었다. 스카이코비원은 최근 판매처를 찾지 못해 폐기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 부회장이 없었다면 한국은 코로나 백신 자체 개발국의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30일 SK바사는 올해 국내 보건산업 분야 성과를 결산하는 ‘2022년 보건산업 성과교류회’에서 박 부회장이 대한민국 보건의료기술ㆍ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이 수훈한 국민훈장은 보건복지부가 우리나라 보건의료기술 발전에 탁월한 성과가 있는 연구자 및 보건산업 육성ㆍ진흥에 뛰어난 성과가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 포상’ 중 최고 훈격이다. 박 부회장이 지난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훈장은 그의 부인인 이미혜 여사가 받았다.

백신 주권 확립을 향한 고인의 의지는 2008년 그가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 실장을 역임할 때부터 이어졌다. 박 부회장은 기존의 치료 의약품 제조에만 머물지 않고 고난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백신 개발에 앞장섰다. 기술 개발 어려움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 투자,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 등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지만, “백신 주권을 확보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백신 개발과 투자를 진두지휘했다.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독감 백신 개발 

30일 서울 엘타워에서 故박만훈 부회장의 부인인 이미혜 여사가 국민훈장을 대리 수훈하고 있다. [SK바사 제공]

30일 서울 엘타워에서 故박만훈 부회장의 부인인 이미혜 여사가 국민훈장을 대리 수훈하고 있다. [SK바사 제공]

노력이 결실을 본 건 2015년에 들어서였다. 박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4가 독감 백신을 개발했다. 유정란 없이 배양 탱크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유정란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는데, 달걀을 철저히 관리해도 제조공정에서 오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고 조류 독감 등 외부 환경에 의해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일도 발생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선 달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백신 생산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인이 개발한 세포배양 백신은 무균으로 관리되는 폐쇄시스템(closed system)을 통해 공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항생제가 필요 없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생산 기간도 짧아 신종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 개발된 스카이코비원도 세포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박 부회장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의 상용화는 장기 투자의 결실이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백신 주권의 확립 및 국내 백신 기술의 진보라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소회를 밝혔다.

SK바사 안동공장 설립에 현장 아이디어 적극 반영

8월 10일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연구원이 국산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10일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에서 연구원이 국산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은 2016년엔 폐렴구균 백신 개발에, 2017년엔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고가의 글로벌 제약사 백신이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국산 백신 자급화 비율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안동의 백신 공장인 L하우스 구축에도 앞장섰다. 그는 벽에 공장 기획 때부터 건물 도면 등을 붙여 놓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았다고 한다.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현장의 아이디어를 취합해 전문 설계회사에 보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완공된 L하우스는 SK바사가 빠르게 글로벌 백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박 부회장은 그러나 최대 결실인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보지 못하고 지난해 4월 눈을 감았다. 지난해 추도식에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고인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의 ‘백신 주권’을 오늘 SK바사의 이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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