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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美 '가치연대' 중심 서자…바이든, SK 美공장 찾아 지원사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전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전 악수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가치 연대’의 최전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함께 내년 3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한다. 대통령실은 “역대 선도적 민주주의 국가로서 가치 외교의 지평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양자 관계에서 공통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을 넘어 한국이 자유·인권·민주주의 등의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둔 국제사회 결집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다.

중·러 배제한 바이든표 '가치 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차 회의는 내년 3월 열릴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 등 4개국과 함게 공동 주최국으로 참여한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2차 회의는 내년 3월 열릴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 등 4개국과 함게 공동 주최국으로 참여한다. AP=연합뉴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민주주의를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지난해 12월 첫 회의를 열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110여 개국 정상이 화상으로 반부패·탈권위주의·인권증진 등의 의제를 논의했다.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중국·러시아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란 틀을 통해 대중(對中) 포위망을 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회의 당시 연설을 통해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독재·권위주의·도전 등은 미국이 중·러를 비판할 때 사용해 왔던 표현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중국이 예민 해하는 인권 탄압에 우려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尹 공동주최 이어 인·태 회의 주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등 가치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등 가치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이러한 성격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하기로 한 것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한 ‘가치 외교’의 연장선에 놓인 행보로 풀이된다. 동시에 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와 관련해 미국과 보다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결정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특히 내년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회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인도·태평양이 미국이 추진하는 대중 견제의 중심축이란 점을 감안하면, 미·중 경쟁 속 한국 외교의 무게중심을 미국 측에 두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 관계를 전략적 포괄 동맹을 넘어 글로벌 가치 동맹으로 강화하는 과정이 ‘중국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민주주의 정상회의 때도 “민주를 기치로 각종 소집단과 소그룹을 만드는 것은 실질적으로 민주정신을 짓밟는 것”(왕이 중국 외교부장)이라고 비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겨냥해 “패권 행위와 냉전적 사유에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러 정상회담에서 ‘진정한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중·러 군용기 '카디즈 침범'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3년여만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3년여만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대통령실 제공

시 주석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질서에 편입하는 대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하는 발언으로 평가됐다.

공교롭게 한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공동 주최 사실이 발표된 이 날 중·러 군용기 총 8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했다. 카디즈는 자국으로 접근하는 군용기를 식별하기 위한 임의의 선으로, 영공은 아니지만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할 경우 대응 출격에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상황에 따라 중·러의 카디즈 진입 자체를 한국에 대한 시위성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양립 가능"

미·중 사이에서 난감해질 수 있는 한국의 상황을 의식한 듯 바이든 행정부는 지원사격성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州)에 위치한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한국 공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내 한국 공장인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내 한국 공장인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백악관 역시 한국이 각각 미·중과의 양자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윌슨센터 간담회에서 “현대화한 한·미 동맹과 생산적인 한·중 관계는 양립할 수 있다”며 “우리는 한국에게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라고 말하는 위치에 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 역시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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