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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줄어 불안, 억지로 쉬는 사람 많다"…파업 기사들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관련 부서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25분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다.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관련 부서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25분 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다.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실 일 하고 싶은데 억지로 쉬는 사람도 꽤 돼요…”

30일 수화기 너머 운전기사 이모(60대)씨가 말끝을 흐렸다. 지난 24일 시작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내부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전하면서였다. 수도권에서 30년 넘게 트레일러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는 그는 지난 24일 운행을 멈췄다. 이씨는 한때 화물연대 조합원이었다가 현재는 탈퇴한 상태다. 하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이 걱정돼 운행을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파업 참가자들이 운행을 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적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파업에 동참 안 했다고 자식뻘 되는 기사들한테 욕먹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엔 이씨와 같은 비조합원도 일부 참여했다. 파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조합원 사이에선 “매일 보는 사람인데 배신자라고 비난받기 싫고 불이익을 받느니 일단 발을 걸쳐두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실제 파업에 불참하고 운행을 하는 비조합원 등에 대한 위협·비난 행위가 있었다. 지난 26일 부산신항 인근에선 화물연대 비조합원이 모는 차량에 쇠 구슬로 추정되는 둥근 물체가 날아들면서 유리 파편이 튀어 운전자 1명이 목 부위를 다쳤다. 지난 29일엔 인천 신항에 들어서는 화물차들을 향해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양심도 없다”고 비난하는 일이 있었다.

파업 참여하지만, 일부 기사는 “수입 줄어 불안” 

부산경찰청은 지난 26일 오전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창이 깨졌다고 28일 밝혔다. 운전자는 유리창 파편이 튀어 목 부분에 상처를 입었다. 사진은 차량 유리창에 날아든 쇠구슬.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은 지난 26일 오전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창이 깨졌다고 28일 밝혔다. 운전자는 유리창 파편이 튀어 목 부분에 상처를 입었다. 사진은 차량 유리창에 날아든 쇠구슬. 사진 부산경찰청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정부와의 협상이 모두 결렬되고 파업이 7일째 접어들면서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한 운전기사들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운행 중단으로 수입이 줄어든 기사들이 불안한 심정을 토로하면서다.

이씨는 차량 할부금 압박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2020년 1월부터 화물 안전운임제가 시작되면서 임금이 오르자 많은 화물차 기사들이 새 차량을 샀다고 한다. 최소 2억원가량인 트레일러 차량을 살 경우 보통 한 달에 할부금으로 수백만 원을 내는데 파업으로 수입이 없어지면서 금전적 압박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방에서 트레일러를 운전하는 김모(40대)씨는 “지난해 중고 트레일러를 사서 매달 200만원씩 할부금으로 낸다. 가뜩이나 외벌이라서 부담이 있다”며 “파업에 참여는 했지만 요새 경기 악화로 물동량이 줄어서 마냥 운전대를 놓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차 기사들 사이에선 “이번 파업이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보다 명분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정부가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3년 연장한다고 했는데 굳이 이번에 우리가 나서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며 “물론 지난 6월에 미봉책으로 끝낸 정부 책임도 있지만 이번 파업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29일 정부가 운송을 거부하고 있는 벌크시멘트수송차량(BCT) 운송사업자와 차주에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것도 화물차 운전기사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화물연대가 지난 29일 “업무개시 명령은 화물노동자의 화물 운송 종사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다”라는 성명을 내면서 반발했지만 내심 파업이 끝났으면 하는 운전기사도 있다는 게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이들이 많고 운송회사도 거래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될 것”이라며 “지금도 눈치 보면서 운행하는 곳이 있는데 행정명령이 떨어지면 불안이 더 커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장 찾은 항만 도로서 못 700개 발견 

 30일 오전 9시39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인천신항~남동공단 방향 편도 2차로 중 1차로 약 2㎞구간에 길이 9㎝짜리 못 700여 개가 산발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은 파업과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사진 인천경찰청

30일 오전 9시39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인천신항~남동공단 방향 편도 2차로 중 1차로 약 2㎞구간에 길이 9㎝짜리 못 700여 개가 산발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경찰은 파업과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사진 인천경찰청

한편 이날 인천 신항에서 남동공단으로 향하는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에 약 2㎞ 구간에 걸쳐 길이 9㎝짜리 못 700여개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도로 1차로의 차량 통행을 막은 뒤 직접 못을 수거했다. 경찰은 화물연대의 운송 방해 행위와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는 “우리와 전혀 무관하다. 불법 행위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내부 지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인천신항 선광터미널을 찾아 상황을 점검한 뒤 “운송 방해나 보복 폭행이 이뤄질 경우 행위자와 배후자, 주동자까지 처벌되도록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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