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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송법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언론노조 '180도 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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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 등 민주당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영방송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 등 민주당 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영방송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안소위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한 방송 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전국언론노조의 입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같은 내용에 대해서 추진하는 당에 따라 언론노조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난 29일 법안소위에서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단독 처리한 방송 관련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기관·단체로부터 이사를 추천받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KBS 이사 11명은 여야가 7대4로 추천하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은 여야가 6대3으로 추천한다.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국회 5명, 미디어 관련 학회 6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는 방송 관련법 처리 직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며 “정치권의 공영방송 임원 선출 관행이 사라질 기회”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민주당이 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 언론노조는 “정치권 몫을 1/3 이하로 축소하고 학계, 시청자위원회, 지방의회 및 방송 관련 단체 추천이 포함된 것은 양당독식 관행을 완화하고,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대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성명을 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 촉구 현업언론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 촉구 현업언론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언론노조는 2017년 2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측에 제출한 ‘방송법 등 4개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에선 정반대 입장을 냈다. 언론노조는 “일부 의원들(당시 새누리당)은 학계, 법조계, 지자체, 시민사회 등 다양한 제3의 기구를 포함시켜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의 대표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 19대 국회의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는 제3의 기구를 법에 특정하는 것이 또 다른 분야별 대표성의 논란을 낳을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언론노조는 학계 추천의 예를 들며 “어떤 학회에 추천권을 줄 것인가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또 “국회는 헌법기관이자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의제 민주주의 기구로써 공영방송 이사 구성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 대신 수행하라는 의미”라며 “다른 기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 기구라는 국회의 위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국회가 해야 하며, 학계 등이 추천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6년여 만에 학계 등의 이사 추천에 대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대안”이라고 말이 달라졌다.

언론노조의 입장이 바뀐 건 민주당의 당론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016년 발의한 방송 관련법 개정안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진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국회로 넘기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가 각각 7명, 6명의 이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외려 당시 새누리당에서 “여야의 직접 추천은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효상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7년 국회의 이사 추천 비율을 줄이고 학계 등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는 내용의 방송 관련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올해엔 6년여 전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주장했던 내용을 담아 개정안을 낸 것인데, 이에 따라 언론노조의 입장도 바뀐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경기고양시갑 당협위원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경기고양시갑 당협위원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국민의힘은 30일 민주당의 방송 관련법 일방 처리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사영(私營)방송’, ‘노영(勞營)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마치 제정신을 잃고 눈이 뒤집힌 망나니 같은 짓을 했다”고 썼다. 권성동 의원도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 법안”이라며 “민주당이 날치기 통과로 민주노총의 방송장악을 도와주면, 민주노총은 불공정 편파 방송으로 민주당을 지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도 언론 환경은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방송 전체가 야권의 나팔수가 될지 모른다”며 “모든 방송의 MBC화, 김어준 뉴스공장화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원구성 협상 당시 민주당이 과방위원장을 고집했던 이유는 결국 방송 장악이었음이 확실해졌다”며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우리 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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