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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탐 점령한 노르웨이 연어, 그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장을 보러 갔다고 생각해보자. 해산물을 두루 살펴보고 가격이 합리적인 것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바로 연어 코너로 향해, 부위나 선도를 고려해 원하는 것을 고를 것인가. 프랑스에서는 전자를 해산물 애호가(seafood lover), 후자를 연어 애호가(salmon lover)라고 부른다. 최근 한국에서는 연어 애호가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세계적인 연어 수출국인 노르웨이의 한국 연어수출량은 2015년 1만3000톤에서, 2021년 3만9000톤으로 3배나 늘었다.
요한 크발하임(Johan Kvalheim)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일본 총괄 이사는 “연어는 노르웨이 전체 수산물 수출의 66%(2021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며 “노르웨이 수산업계에서도 한국의 연어 소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계의 베테랑으로,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서 프랑스·영국을 거쳐 한국·일본 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그를 지난 23일 주한 노르웨이대사관에서 만났다. 한국 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차지한 노르웨이 연어의 인기 비결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르웨이수산물 위원회 요한 크발하임 이사.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노르웨이수산물 위원회 요한 크발하임 이사.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노르웨이산 연어를 소비하는 한국 시장만의 특징이 있나요.     

한국 소비자는 연어를 고르는 안목이 높습니다. 무게 6kg 이상, 상위 10~15%의 품질 좋은 연어를 주로 찾아요. 무엇보다 생연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선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를 위해 현지에서 항공편으로 연어를 운송하는데, 실제로 노르웨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연어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2~3일입니다. 한국 소비자는 북부 노르웨이에서 잡은 연어를 남부 노르웨이, 또는 프랑스에서 먹는 사람들과 같은 선도로 즐기고 있는 거죠. 현지에서는 연어의 식감·색·선도 등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연어에 대한 품질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죠.    

노르웨이 정부가 나서, 엄격한 기준과 까다로운 허가 절차, 최첨단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연어 양식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양식장에서 키울 수 있는 연어 수부터, 사료 성분, 항생제 잔류량까지 모든 것이 관리 대상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전성이에요.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죠.    

노르웨이는 1980년대부터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강조해왔습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삶의 터전도, 먹거리도 사라질 것이라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죠. 양식은 연어의 자연 생애주기에 따라 이뤄지는데, 담수에서 18개월간 키운 연어는 바다에 있는 양식장으로 옮깁니다. 이때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연어가 질병에 걸리거나, 다른 수산물에 질병을 전염시키는 것을 예방하고 있어요. 그 결과 항생제 사용을 99.7% 줄였습니다. 1998년 이후 매년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데, 단 한 마리의 노르웨이 연어에서도 유해한 치료제 잔여물이 나오지 않았죠.

한국은 생연어에 대한 소비가 높아 항공으로 운송한다.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은 생연어에 대한 소비가 높아 항공으로 운송한다.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도 노르웨이 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실천하고 있나요.  

동물의 복지까지 고민합니다. 실제로 양식장 내 연어의 밀도를 법으로 규제해 양식장의 연어 비율은 2.5%를 넘을 수 없어요. 무리 지어 생활하는 연어의 특성까지 고려해, 연어가 충분히 헤엄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수치입니다. 유전자조작 대두를 사용한 사료도 금지하고 있어요. 연어가 먹고 남은 사료가 해저 면에 쌓여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을 관리하기 위해, 바닥 면의 흙을 채취해서 꾸준히 검사합니다. 침전물의 수치가 기준치 이상이 되면 그곳에서 더는 연어를 양식할 수 없어요.

이렇게 관리해야 하는 궁극적 이유는요. 

인류가 계속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UN 리포트에 따르면 바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했을 때, 지금보다 약 6배 넘는 해양 식량자원을 공급할 수 있어요. 특히 수산물은 소나 돼지 등 다른 단백질 공급원에 탄소발자국이 적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에요. 지속 가능한 관리를 하면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 수요까지 충족시킬 수 있어요.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NSC)가 단순히 노르웨이 수산물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수산물 소비가 증진되도록 수산물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연어의 밀도와 사료 성분, 질병 여부 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하는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연어의 밀도와 사료 성분, 질병 여부 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하는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정부의 규제가 엄격하면, 양식업계에선 반발이 없나요.   

처음부터 환영하진 않았죠. 매년 수확해야 할 어획량을 통제하는 쿼터제를 예로 들면, 초기에 업계에서 강하게 거부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쿼터제가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어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죠.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산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껴요. 노르웨이수산물을 인증하는 씨푸드프롬노르웨이 마크도 이러한 자부심을 더하죠. 정부가 품질을 인증하는 마크로, 업계에서는 사용 비용을 내지 않고 간단한 라이선스 신청 절차를 통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식탁의 트렌드도 바뀌었죠. 연어의 소비 형태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코로나로 외식 보다는 내식의 비율이 늘면서, 집에서 직접 조리해 먹기 편한 포장제품이 인기예요. 앞서 말한 대로, 한국은 생연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 코로나 때 마트 진열대에 놓인 연어 제품에 구이용이라고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으로만 먹던 연어를 구이로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소비자들의 연어 소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다양한 어종을 특히 연어 애호가에겐 먹던 방식을 벗어나,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중요해요.

지난 9월 '노르웨이 연어는 언제나 옳다'를 주제로 열린 팝업에 참석한 요한 크발하임(사진 왼쪽) 이사.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지난 9월 '노르웨이 연어는 언제나 옳다'를 주제로 열린 팝업에 참석한 요한 크발하임(사진 왼쪽) 이사.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이미 한국에 소개한 연어·고등어·킹크랩 외에, 새로 소개하고 싶은 수산물을 꼽아주세요.  

다양한 수산물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양식 대구는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97년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대구 양식에 성공했습니다. 연어와 같은 방식으로 양식해,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식감과 풍미가 뛰어나죠. 잘 구운 양식 대구는 포크만 대도 물결무늬 결대로 떨어져요. 현재 노르웨이 업체가 한국 유통사와 협의 중인 만큼, 곧 한국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 더 꼽자면, 최북단 어장에서 조업하는 새우인데요, 조업이 힘들 정도로 춥고 어두운 곳에서 자라, 단맛이 강하고 식감이 좋습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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