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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사형 선고 실미도 공작원 4명 ‘상고 포기 회유’ 국방부 잘못"

중앙일보

입력

사형을 선고 받은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에 대해 공군이 대법원 상고 포기를 회유한 사실이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를 통해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46차 위원회를 열고 ‘실미도 부대 공작원의 재판청구권 등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실미도 사건 관련 진실규명 결정은 지난 9월 ‘사형이 집행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 암매장에 대한 위법성 및 유해 매장지 규명’에 이어 두 번째다.

실미도 공작원들이 훈련 당시 찍은 단체 사진. 우상조 기자

실미도 공작원들이 훈련 당시 찍은 단체 사진. 우상조 기자

진실화해위 “軍, 실미도 부대 실체 노출 우려로 상고 포기 회유”

이번 사건은 공군이 기망 행위로 실미도 부대 공작원을 모집하고, 실미도 사건 당일 살아남은 공작원 4명에게 대법원 상고 포기를 회유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사건이다. 임성빈, 이서천, 김창구, 김병염 등 4명의 실미도 부대 공작원은 1971년 12월 6일 공군본부 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 21일 공군 고등군법회의에서 항소가 기각됐으며 상고 포기로 사형이 확정됐다.

우선 진실화해위는 실미도 부대 공작원이 병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해 모집되지 않아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공군이 공작원 모집과정에서 훈련 후 장교임관, 임무 수행 복귀 후 원하는 곳에 배속 등 관련 법률상 이행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웠다고 봤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한 공군 관계자들의 진술, 진실화해위가 새로 청취한 당시 공군본부 검찰과장 등의 진술을 종합해 당시 공군 본부사령부 교도소장이 공작원 4명에게 대법원 상고 포기 회유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공군의 회유가 공작원 4명이 대법원에 상고하면 실미도 부대의 실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봤다. 이같은 작업은 공작원 4명뿐만 아니라 생존한 실미도 부대 기간병과 장교 등 관련자들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 측은 “공작원 모집, 상고 포기 회유는 국가의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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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동시에 사형을 선고받은 공작원 4명에 대해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은 책임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상소권 회복의 청구 등 피해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동시에 국방부가 현재 군부대에 안치돼 있는 공작원 20명의 유해를 유족 의견을 반영한 방식으로 안치하고, 실미도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하여 적절한 장소에 기림비를 설치하는 등 공작원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결정문을 받는대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행 방안에 대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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