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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탕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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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유성운 문화부 기자

역사에서 네덜란드는 ‘강소국’이라고 불린다. 신생국에다가 국토나 인구 규모가 주변국에 비해 작았지만, 17세기에는 잉글랜드와 해상권을 다툴 정도로 막강한 저력을 과시했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아시아 해외 교역망을 손에 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부와 문화를 갖춘 유럽 제1의 도시였다.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관용’을 강조하면서 네덜란드가 17세기에 유럽의 강국으로 떠오른 배경을 설명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인문학자이자 가톨릭 사제였던 에라스무스는 유럽 최초로 종교적 관용을 주창해 관용적 토대를 다졌다. 이를 보고 스페인에서 추방된 유대인이나 종교 박해에 시달리던 프랑스 신교도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자금뿐 아니라 신생국이 갖지 못한 많은 기술도 함께 갖고 왔다.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지난 25일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탕웨이가 ‘헤어질 결심’으로 해외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시상식에서 한국어로 “이거 너무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탕웨이는 영화 ‘색·계’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에서 활동이 어려워졌고, 한국에서 연기를 이어왔다.

최근 아시아 각국이 각종 시위로 소란스럽다. 중국·홍콩·이란 등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오랫동안 이어진 자유에 대한 억압과 그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발이 묶인 제2, 제3의 탕웨이가 있을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경제뿐 아니라 자유와 문화의 발달로 기억될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