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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될 뻔한 머리…월드컵 2골로 빛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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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나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 조규성은 선발로 뛰며 두 골을 터뜨다. [뉴스1]

가나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 조규성은 선발로 뛰며 두 골을 터뜨다. [뉴스1]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어요. 유명해져도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최고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24·전북 현대).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은 외국 기자가 소감을 묻자 ‘쿨’하게 답했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튀어나온 듯한 남자)’ 공격수 조규성은 28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터트렸다. 골망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 만큼 강력한 슈팅이었다. 1무1패에 그친 한국은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지만, 조규성은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월드컵에서 한국인 최초로 한 경기 멀티골을 터트렸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한 경기에서 헤딩으로만 2골을 넣는 기록도 세웠다.

조규성은 지난 24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24분 간 뛰었다. 중계 카메라가 조규성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자 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월드컵 전 약 2만 명에서 29일 오후엔 141만 명으로 70배 넘게 급증했다. 스페인어는 물론 아랍어로 “한국의 저 잘생긴 등번호 9번 선수는 누구냐?” “마치 BTS 멤버 같은 외모”라는 댓글이 달렸다. 조규성은 2002년 월드컵에서 2골을 터트린 안정환, 1998년 월드컵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동국을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에서 외모 뿐만 아니라 축구 실력으로도 떴다. 2022시즌 K리그1 득점왕(17골)인 조규성은 훤칠한 키(1m88㎝)에 가수 정진운, 배우 박서준을 닮은 외모로 소녀 팬을 몰고 다닌다. 전북 클럽하우스 주소지(완주군 봉동읍)에 BTS(방탄소년단)의 이름을 합해 ‘BDS(봉동소년단)’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외모는 미소년인데 몸은 근육질이다. 고교 시절 체중이 76㎏에 불과해 ‘멸치’라 불렸던 조규성은 지난해 김천 상무에 입대한 뒤 근육량을 늘렸다. 체중을 84㎏로 올리면서 근육량도 4㎏나 늘어났다. ‘벌크 업’에 열중하다 보니 오히려 몸이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 들자 체중을 1.5㎏ 가량 줄여 밸런스를 맞췄다. 조규성은 “내게는 군 입대가 ‘신의 한 수’였다”는 말을 달고 산다.

그의 인생 역전 스토리도 흥미롭다. 올해 1월 인터뷰 자리에서 조규성은 “중학생 때 키가 1m60㎝대였다. 안양공고 2학년 때 ‘축구로 대학 진학이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실업배구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 ‘겨울까지만 해보고 안되면 공무원 시험 준비 할게요’라고 말씀드렸다. 흔한 말로 ‘대가리 쳐박고’ 훈련만 했다. 새벽 5시부터 나가서 운동을 했더니 갑자기 키가 1m80㎝대로 컸다”고 털어놨다.

광주대 1학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조규성은 대학교 2학년 때 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미드필더 경험을 살려 맨 앞에서부터 수비를 하면서 한발자국이라도 더 뛴다. ‘득점 기계’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의 책을 읽는가 하면 해리 케인(잉글랜드)의 토트넘 경기를 ‘인강(인터넷 강의)’처럼 챙겨본다.

대표팀 관계자는 “규성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잘 건다. 사교성 ‘갑’”이라고 전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깔끔한 패션을 자랑한다.

조규성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지켜보면서 2026년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엔 도쿄올림픽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 8월 A대표팀에 첫 발탁되더니 월드컵 무대에서 멀티골을 뽑아냈다.

이영표 전 강원FC 대표는 가나와의 2차전이 끝난 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함께 뛴 테크니컬 디렉터가 조규성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포르투갈과의 3차전을 앞둔 조규성은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골을 넣는 일이 현실이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대표팀을 믿고 응원해주신다면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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