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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황금왼발…1분 만에 증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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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나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 이강인은 교체 투입 1분 만에 도움을 올렸다. [연합뉴스]

가나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스타로 떠오른 이강인. 이강인은 교체 투입 1분 만에 도움을 올렸다. [연합뉴스]

 “(이강인은)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입니다. 그라운드에 들어오면 믿고 볼을 맡길 수 있습니다. 강인이가 볼을 잡을 때마다 (슈팅할) 준비를 합니다. 강인이가 ‘이렇게 움직이라’고 요구하면 정확히 그리로 공이 오거든요.”

지난 28일 가나와의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 2차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공격수 조규성은 미드필더 이강인(21·마요르카)에 대해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정확한 패스와 슈팅으로 골 찬스를 열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가나전에서 이강인은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다. 후반 12분 권창훈(28·김천)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날카롭게 휘어지는 왼발 크로스를 올려 조규성의 첫 골을 도왔다. 카타르에서 월드컵 본선 무대에 데뷔한 이강인의 첫 번째 공격 포인트.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이강인과 조규성이 합작한 만회골을 기점으로 기세를 올려 이후 경기 종료 시점까지 맹렬한 추격전을 이어갔다.

이강인은 대표팀 내 유일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거이다. 가장 완성도 높은 왼발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 재임 기간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때 소속 팀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가 적었던 점, 대표팀 내 포지션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고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지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3월 일본과의 A매치 평가전(0-3패)에 제로톱 역할로 나선 이후 카타르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때까지 무려 20개월간 A매치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종엔트리 선발 여부가 불투명하던 이강인이 본선 무대에서 ‘특급 조커’로 변신한 건 감독과 선수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최적의 활용법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손흥민(30·토트넘)을 구심점으로 갈고 닦은 대표팀의 전술적 뼈대를 유지하되 후반 들어 공격에 무게를 실어야 할 시점에 이강인을 투입해 그의 장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벤투 감독의 믿음에 이강인은 실력으로 화답했다. 우루과이전 후반 교체 출전으로 월드컵 무대에 적응을 마친 뒤 가나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20개월 동안 인내하며 준비한 이강인이 증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분이었다. 가나전 직후 이강인은 “출전 시간과 역할을 결정하는 건 모두가 (벤투) 감독님의 몫”이라면서 “감독님의 선택을 100%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려면 다음 달 3일 0시(한국시간)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안면 부상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뛰는 손흥민의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만큼, 이강인의 왼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날카롭게 휘어지는 특유의 왼발 인프런트 킥은 오른발 무회전 킥 전문가인 포르투갈의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에 맞설 수 있는 한국의 비밀 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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