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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중국, 대북 역할 안하면 역내 군사자산 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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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한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이라도 정치, 군사, 경제에 이르는 과감한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한다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이라도 정치, 군사, 경제에 이르는 과감한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역내에 군사적 자산이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의 행위로 인해 더 많은 미군 군용기와 군함 등이 역내에 전개되고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의 방위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보도 이후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일본이) 국방비를 증액 안 하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었을까”라는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발언을 추가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국에도 이로울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더 적극적,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보름 만에 미군의 군사자산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대중 메시지가 강해졌다. 외교가에선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역내 미군 군사력 증강까지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반복적으로 주문해 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전력을 증강하면 역내 미국의 군사·안보적 주둔(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8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5년 뒤 방위 관련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도 일본의 방위비는 GDP의 0.96% 수준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더 끌어올리면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추가로 전개될 텐데 그 전에 이 모든 게 북한 때문이라는 사전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나중에 중국이 필요 이상의 반발을 하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놓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중 압박 메시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모든 질서와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모든 분쟁은 국제 규범과 규칙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역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 13일 한·미·일 프놈펜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보다 한발 더 나갔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강한 대중 메시지는 중국이 최근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의 비토권을 활용해 대북 제재 결의를 비롯한 공동 조치를 무산시키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2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공개회의 등 올해 들어 열린 열 번의 안보리 회의는 중국의 반대로 빈손으로 끝났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대북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을 자국의 대외전략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중 양국 간 안보협력 범위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함께 수호하는 수준까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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