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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초대박 K-방산 이면엔…“일감 넘치는데 일손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29일 경남 사천의 항공기 구조물 제조업체 미래항공의 제조공장. 인력 부족으로 조립대 한편이 비어있다. 사진 미래항공

29일 경남 사천의 항공기 구조물 제조업체 미래항공의 제조공장. 인력 부족으로 조립대 한편이 비어있다. 사진 미래항공

“젊은 사람이 오기만 하면 일을 가르쳐서라도 시키고 싶은데….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현장에서 드릴로 구멍 뚫고 볼트·너트를 조일 인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남 사천에서 미래항공을 운영하는 김태형 대표는 29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으로부터 민항·군용기 물량을 수주해 부분 조립과 부품 생산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수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100% 늘었는데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외에서도 견적 의뢰가 쇄도하고 있지만 수주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시장에서 굵직한 수주를 따내면서 K-방산이 ‘단군 이래 초대박’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처럼 구인난이 심각하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20년까지 한해 30억 달러(약 4조원) 수준이던 K-방산 수출액은 올해 170억 달러(약 22조5500억원)로 급증했다. 하지만 관련 인력은 되레 감소 추세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6년 13만8236명이던 방산 종사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11만5491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제조업 인력 이탈,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취업 기피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가령 항공제조업 생산직 인력은 2019년 1만375명에서 지난해 말 8714명으로 16%가량 줄었다.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공장 가동에도 애를 먹고 있다. 한국형 경공격기 FA-50의 폴란드 수출 물량에 들어갈 부품을 제조하는 ㈜율곡은 야근을 중단한 상태다.

이 회사 위호철 대표는 “부품제조 공작기계는 워낙 가격이 비싸 주·야로 라인을 가동해야 한다”며 “이러려면 200명이 필요한데 현장에 150명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군수 수주 물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인력난 때문에 납기를 못 맞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었다.

율곡은 2019년 540여 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300명대로 급감했다. 올해는 추가 채용을 통해 현재 430명 수준이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업계는 조선업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일반 기능인력(E-7-3) 비자의 업종을 항공기조립·항공기부품생산 등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7은 전문적인 지식·기술을 가진 외국 인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비자다.

강원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전략기획팀장은 “조선업계는 용접·도장 분야에서 E-7-3 비자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해외에서 수급하고 있다”며 “항공업의 경우 해당 비자로 항공정비원만 고용 가능하다. 이를 실제로 인력이 부족한 항공제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산 수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방산 수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이제 막 날개를 단 K-방산의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방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인력난부터 풀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제도를 마련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부품 생산·조립 등 비교적 간단하고, 군사 기밀과 관련 없는 분야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 인력의 첨단산업 종사에 대한 기밀 누출 우려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체의 경우 내국인도 등급을 나눠 보안 관리를 한다”며 “더구나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 출신이라 기술 유출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체류관리과 관계자는 “항공·방산 업계의 요청이 들어온 상태”라며 “업계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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