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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 아파트 1만분의1 지분으로…은마 흔드는 재건축 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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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 노선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 노선 관련 집회를 열고 있다. 중앙포토

이달 12일부터 평일 오전 9시 30분과 주말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집결한 수백명 규모의 시위대가 여러 대의 전세버스에 일제히 탑승한다. 이들은 용산구 한남동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등에서 손에 피켓을 들고 머리에는 빨간 두건을 두르고 구호를 외친다. 피켓에는 “GTX-C 은마아파트 관통 결사반대” “현대건설 우회하라”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설계상 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을 반대하며 이 프로젝트 공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벌이는 시위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서울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 심도 약 50m를 관통한다.

은마아파트 건물 외벽에는 “목숨 팔아 돈 버느냐” “세계 최초 주거지 발파”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대형 ‘영정 프레임’ 속에 걸려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에는 “이태원 참사 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라고 썼다가 비난이 들끓자 바로 내리기도 했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이런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집회지 인근 주민들은 주거지역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과 피켓, 그리고 소음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자녀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대치동 학원가 핵심지역인 은마아파트 여러 동에 붙은 자극적인 문구에 불편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많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 노선 지하 관통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아파트 외벽에 걸어놓았다. 함종선 기자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 노선 지하 관통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아파트 외벽에 걸어놓았다. 함종선 기자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시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정부는 29일 GTX 반대 시위의 주체인 이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실태를 감독하기 위해 합동 행정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재건축추진위가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금을 GTX 반대 시위 등에 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구청, 한국부동산원, 변호사, 회계사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다음 달 7일부터 16일까지 재건축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GTX-C 노선 관련 은마아파트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시아버지 소유의 은마아파트 한 채의 1만분의 1 지분만 갖고 있다. 시가로 치면 20만원 정도인 극소규모의 지분을 가진 사람이 4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도 문제라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한 가구의 일정 비율(최소 50%) 지분을 소유해야만 추진위와 조합 임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입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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