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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같아요"…수거책까지 잡게 도운 은행 직원 기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납치된 딸을 구하려면 현금 3000만원을 준비하라’는 통화로 거액을 가로채려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한 은행 직원의 기지로 막을 수 있었다.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까지 성공하면서 이에 기여한 은행 직원은 신고보상금과 감사장을 받았다.

29일 대전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60대 병원장 A씨의 휴대전화에 발신인이 ‘딸’로 표시된 전화번호로 ‘납치된 딸을 구하려면 현금 3000만원을 준비하라’는 통화가 걸려오자 당황한 A씨는 곧바로 주로 거래하던 하나은행 지점으로 달려갔다. 동시에 병원 사무장도 현금을 신속하게 인출해달라며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다만 사무장으로부터 인출 이유를 전해 들은 B팀장은 수상함을 느끼고 직원들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의심 고객이 방문 예정임을 사전에 알렸다.

A씨가 은행에 도착하자 창구에서 응대하던 C차장은A씨의 휴대전화를 멀리 떨어뜨려 놓은 뒤 ‘보이스피싱’이라는 메모를 적어 보여주고, 딸과도 통화해 안심시켰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A씨는 범인에게 속은 것처럼 통화를 이어갔고, 가짜 돈뭉치를 만들어 전달해 경찰이 현금 수거책을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일당은 악성코드가 삽입된 URL 주소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 수신자가 URL 주소를 누르면 본인들의 연락처가 ‘딸’로 표시되도록 해 놓고 범행 대상에게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처음에는 너무 당황해 빨리 딸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사기인 것을 알고는 ‘괘씸해서 꼭 잡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전둔산경찰서는 이날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B팀장과C차장에게 신고보상금과 감사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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