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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나도 강제징집·녹화공작 피해"…진실화해위 조사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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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강제징집·녹화공작 피해와 관련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조사에 나선다. 진실화해위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제46차 위원회를 열고 김 국장의 진실규명 신청 건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진실규명 신청 3달 만에 조사 개시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수장인 김 국장은 자신도 강제징집·녹화공작 피해자라며 지난 8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녹화공작 사업이란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체포·감금한 뒤 학교에서 제적하거나 휴학 상태로 변경해 강제 징집하고 전향시켜 소위 ‘프락치’(정보원)로 활용한 공작 활동이다.

김 국장은 성균관대 재학 시절 시위에 참여했다가 녹화공작 대상자로 분류돼 1983년 강제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김 국장은 이적단체로 규정된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 가입해 프락치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청이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89년 8월 경장으로 특채된 김 국장은 인노회 수사를 담당했던 대공수사3과에 배치됐고, 치안본부가 폐지되고 경찰청 설립(1990년 12월 27일) 이후에도 1998년 7월까지 본청 보안 분야에 종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김 국장이 동료를 밀고한 대가로 경장으로 특채됐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27개 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체인 ‘김순호 파면·녹화공작 진상규명 국민행동’은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 순경 공채자가 경위 직급까지 승진하는 데에 최소 15년이 소요되는데, 김 국장은 불과 4년 8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경위 직급에 올랐다”며 “초고속 승진이 밀고의 대가인지, 어떤 공적을 세워서 포상을 받았고 어떤 조직사건을 밀고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락치 활동 의혹은 별개로 조사될 듯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5차 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근식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5차 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진실화해위는 지난 22일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같은 날 진실 규명 결과를 발표하며 “다음 주쯤 김 국장에 대한 조사 개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개시 결정에 따라 김 국장 사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이르면 내년 초 진실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김 국장이 강제징집·녹화공작의 피해자인 점과 프락치 밀고 의혹은 별개로 조사될 것으로 보인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 연대회의(추모연대)도 지난 8월 김 국장의 의혹을 밝혀달라며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추모연대의 진실규명 신청도 검토해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개시와 관련해 김 국장은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충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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