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집 초인종 누른 더탐사, 취재? 행패?…판례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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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자택을 찾아 현관 초인종을 누른 행위가 사법처리 대상일까.

유튜브 언론 채널 ‘더탐사’ 관계자 4명은 지난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현관문 앞까지 접근해 초인종을 누르고 한 장관을 부르다 반응이 없자 돌아갔다. 이들의 행동은 본인들이 스스로 찍어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남았다. 한 장관이 곧바로 이들을 공동주거침입·보복범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이 사건은 법적 이슈가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서울 도곡동 자택을 찾아 간 '더탐사' 취재진. 유튜브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서울 도곡동 자택을 찾아 간 '더탐사' 취재진. 유튜브 캡처

한 장관의 자택이 있는 이 아파트의 공동현관은 거주자 외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엘리베이터 역시 거주자가 보유한 출입 카드를 찍어야 이동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더탐사는 “공동현관이 열려 있었고, 엘리베이터 출입 카드는 다른 입주민이 눌러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에서 “정상적인 취재 목적이고, 예고하고 방문하는 것이라 스토킹이나 다른 것으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라고 방문 목적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는 ▶공동주택 공용 부분도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고 ▶거주자나 관리자가 모르게 비밀번호로 출입이 제한된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 목적·경위·시간 등을 고려할 때 주거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라면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법학회장을 지낸 김재현 변호사도 『언론중재 131호』(2014년 6월) 기고문에 “주택이나 아파트 주거, 호텔 등의 개인 휴식 공간, 사무실 등 개인 업무 공간 등은 관계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없이는 기자의 출입이 금지된다”고 썼다.

실제 유튜브 언론 채널 ‘서울의소리’ 관계자 2명은 2020년 8월 7~25일 다섯 차례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의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에 침입한 혐의(공동주거침입)로 지난 4월 26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촬영하기 위해 윤 대통령 거주지에 찾아온 것인데도 아파트 보안 직원을 “부동산 매매 차 지하 4층에서 입주민을 만나러 왔다”고 속여 지하주차장에 침입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거짓말로 보안업체를 속이고 다섯 차례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침입해 아파트 주민들의 주거 평온을 깨뜨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더탐사가 사전 예고하고 자택을 방문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전에 연락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더탐사가 사전 예고하고 자택을 방문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전에 연락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법조계에선 기자의 취재원 자택 방문 등의 행위가 정당한 목적·수단으로 인정된다면 위법성 조각(阻却·물리침)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통상 업무와 관련된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업무가 이뤄지는 장소에 먼저 찾아가고, 거기서 만날 수 없거나 아무리 연락해도 안 받는 경우 등 주거지를 꼭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인정되면 정당한 취지로 볼 수도 있다”며 “공동현관을 지나 개별 현관까지 진입하는 경우는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정당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TV조선 취재진 2명이 2020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혐의(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사건에서도 TV조선 측은 취재의 자유에 따른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법 전문가는 “더탐사의 경우 당사자의 사전 동의가 없는 것은 물론, 해당 영상에서 방문 목적을 ‘압수수색을 당하는 마음을 느껴보라’라고 밝히는 등 보복 취지를 드러내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취재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취재 내용의 공공성 등이 인정된다면 해당 내용을 보도하는 건 정당하다는 판례도 있다. 서울고법은 2001년 1월 SBS 기자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경찰 수사관과 동행해 바이올린 불법과외 피의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장면을 동의 없이 촬영·방송한 사건에 대해 적법절차를 갖춘 사람 외엔 관계자 동의 없이 사적 공간 출입이 금지된다며 사생활·초상권 침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위법한 행위로 얻은 내용을 보도하는 건 취재 행위의 위법과는 별개로 공공성·진실성·상당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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