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노총과 정면대결 택했다 "법 안지키면 큰 고통 따를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소속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사업자와 차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관련 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 18년만의 첫 발동이다.

 이날 용산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먼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직격했다.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 대해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한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영업에 복귀하도록 하는 명령이다. 불응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거나 화물 운송 종사 자격을 정지·취소시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법과 원칙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국민의 부담을 막고자 하는 것이니만큼 국민께서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해 달라”고 부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동 해외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동 해외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 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조직화하지 못한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한 윤 대통령의 추가 발언은 강도가 더 높았다.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뒤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빨리 중단하고 현장 복귀한다면 정부가 어려움을 잘 살펴 풀어줄 수 있지만,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 다른 불법 파업을 유발하게 된다”며 “노사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가 확립된다”며 “법치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어떤 성장과 번영도 있을 수 없다”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은 말 그대로 명령이다. 수용할 수 있고, 않을 수 있고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멘트 다음으로 탱크로리와 철강 순으로 업무개시명령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법치주의에 입각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상원의장을 접견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상원의장을 접견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같은 윤 대통령의 강공 모드에 대해 일각에선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면을 전환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본격화하는 노동계의 ‘동투’(冬鬪·겨울 투쟁)에 정면승부를 걸어 윤석열식 법치주의를 부각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업무개시명령을 계기로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게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의힘은 업무개시명령에 힘을 실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법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제 불법 귀족노조의 시대도 종식"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뗏법, 저임금 노동자, 서민, 대한민국 경제를 유린한 불법 종식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약속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과잉대응으로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화물연대를 협상 가치조차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를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외형상 법치주의를 내걸었지만, 법적 처벌을 무기로 화물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낮은 운임, 과적·과로로 인한 안전사고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고민이나 개선 의지는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인 위험한 칼이다. 실효성도 없고 시대착오적인 녹슨 칼"이라며 "윤 대통령은 당장 그 칼을 거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