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관 하려면 4~5시간 대기는 기본…월드컵 실내 응원전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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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스 플레이 펍'에서 고객들이 넘버 카스를 활용한 응원 이벤트에 참여하며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스 플레이 펍'에서 고객들이 넘버 카스를 활용한 응원 이벤트에 참여하며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뉴스1

“한국전 경기는 한 달 반 전 예약이 끝났습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축구 펍(술집)’을 운영하는 박형균(50)씨의 얘기다. 지난 28일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 가나와 경기가 있던 날은 경기 2~3시간 전부터 70석 규모 가게가 북적거렸다고 한다. 예약을 받은 지 10분 만에 3차전 자리가 모두 동날 정도로 호응이 컸다. 박씨는 “손흥민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주목받는 데다, 과거와 달리 생중계가 많아지면서 펍에서 모여 경기를 지켜보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세된 실내 관람…“예약 치열”

박형균씨의 축구 펍에서 손님들이 월드컵을 보고 있다. 한국 경기는 한달 반 전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사진 박씨 제공

박형균씨의 축구 펍에서 손님들이 월드컵을 보고 있다. 한국 경기는 한달 반 전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사진 박씨 제공

 실내에서 삼삼오오 모여 축구 경기를 보는 ‘단관(단체 관람)’이 이번 월드컵과 맞물려 인기다. 서울 신촌 일대 한 축구펍 관계자는 “한국전 경기를 단관하려면 경기 시작 4~5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마저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근 다른 축구 펍 관계자도 “(전날) 만석이라고 안내해도 스탠딩(입석) 하겠다는 손님들이 몰려들어 가게가 꽉 찼다”고 전했다. 각 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월드컵을 볼 수 있게) 대형 스크린이 있는 가게를 알려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바(BAR)를 운영하는 30대 오승현씨는 “손님들끼리 응원 도구도 알아서 맞춰오고 술집에서 경기를 함께 보며 응원하는 문화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축구 팬들이 야외가 아닌 실내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겨울에 열리는 이번 월드컵의 특성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과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거리 응원전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나전을 서울 홍대 한 포차에서 지켜봤던 20대 최모씨는 “분위기는 내고 싶은데 날은 춥고 사람이 몰리는 곳은 꺼려져 실내로 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임모(49)씨는 “아들이 거리 응원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집에서 광화문이 가깝지도 않고, (사람이 많은 곳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때 시민응원전을 기획했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참사 영향도 있고 다른 지자체 분위기도 좋지 않아 이번엔 시민 응원전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가게도 무료로 빌려드릴게요”

서울 신촌 축구펍 매장. 사진 사장 공현준씨 제공

서울 신촌 축구펍 매장. 사진 사장 공현준씨 제공

사정이 이렇다 보니 SNS에서는 “대관 응원전을 펼치자”며 ‘실내 응원단’을 모집하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SNS를 통해 지난 24일 우루과이전 단관을 기획했던 직장인 임재승(26)씨는 “월드컵은 함께 모여 응원해야 의미를 갖는데, 야외보다는 실내에서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보면 분위기가 더 잘 만들어져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씨 등이 SNS를 통해 모은 50여명은 서울 왕십리 한 술집에 모여 손흥민 선수 등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축구 펍을 운영하는 공현준(40)씨는 “모르는 사람과도 즐겁게 친목을 다지며 축구를 볼 수 있는 게 실내 응원의 매력”이라며 “영국의 펍 문화가 어느덧 한국에도 자리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전 경기가 열리는 날 공씨 가게 매출은 평소보다 3~4배 이상 뛴다고 한다.

지역 SNS에는 “음식은 알아서 포장 혹은 배달하라”고 안내한 뒤 TV가 있는 식당을 늦은 밤까지 무료로 개방하는 업주도 등장하고 있다. “다 같이 응원하자”면서다.

 이밖에 ‘방구석 응원전’도 활발하다. 28일 가나전 당시 아프리카TV BJ 감스트의 생중계는 30만 명 이상이 지켜봤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TV와 네이버도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가수 하이라이트의 라이브 방송도 2만 명 넘게 봤다. 하이라이트의 ‘입 중계’(방송명)를 지켜본 30대 신모씨는 “밖은 춥고 혼자 보기는 쓸쓸해 즐기는 분위기를 내고 싶어 방송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함께 보기’를 권유하는 팬들 사이에선 “온라인 광화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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