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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3인자 "내후년에야 금리 내린다"…관건은 속도 아닌 '정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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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고강도 통화긴축을 이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기준금리가 도달할 ‘정점’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Fed 3인자까지 “내후년에나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Fed 피벗(pivot·입장 선회)’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옅어지는 모습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주최 행사에서 "아마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2024년에나 명목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며 “내 기본 견해는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더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 중심지에 있는 뉴욕 연은 총재는 의장과 부의장에 이은 Fed 내 3인자로 분류된다.

윌리엄스 총재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Fed가 중요하게 보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올해 말에 5.0~5.5%, 내년 말에 3.0%~3.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치(6.2%)와 비교하면 점차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지만, Fed가 제시한 목표치(2%)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추가적인 통화 긴축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회복하고 향후 몇 년간 인플레이션을 (Fed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지속적인 물가 안정기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년까지 한동안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파 인사들 “아직 금리인상 동결 근처도 못 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Fed 내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이날 한 행사에서 “시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는 리스크를 다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릴 수 있도록 제약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러드 총재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최소 5%에서 최대 7%까지 이를 수 있다고 밝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Fed는 아직 금리 인상을 동결하는 지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블룸버그에 “(인상) 속도 조절은 할 수 있지만 고점은 더 높아야 한다”고 전했다.

피벗 기대한 시장…“기대감 차단하기 위한 강경 발언”

Fed 인사들이 잇달아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시장이 기대감을 갖고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11월 FOMC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이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하자 뉴욕 증시가 반짝 상승하는 등 낙관론이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다음 달 13~14일 열리는 12월 FOMC에서도 Fed가 자이언트스텝 대신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고 고용시장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나친 기대감은 물가를 잡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증시는 Fed의 속도 조절 기대감을 안고 상승했고, 달러도 다소 약해졌다”며 “Fed 매파 인사들은 속도 조절 기대감을 시장이 과도하게 받아들이면 물가가 빨리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받아들인 것 같다. 이 같은 기대감을 차단하기 위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불가피…WTO “내년 무역 성장세 약화 전망”

내년 글로벌 경기는 더욱 빠르게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최근 상품교역지수는 96.2로, 8월 발표치(100)보다 낮아졌다. 글로벌 무역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상품교역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무역 수요가 줄어 향후 성장세가 약할 것이란 의미다. 아울러 WTO는 올해를 지나 내년까지도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여기엔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발(發) 에너지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공개된 11월 FOMC 의사록에서도 Fed 내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의 50%라는 의견을 밝혔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올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래 FOMC 의사록에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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