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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맞서려면 유럽 약화 막아야"…마크롱, 바이든에 IRA 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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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다음달 초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유럽의 경제적 피해 우려를 적극 호소하며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12월 1일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백악관에서 만찬 회동을 하며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정책을 결정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겪고 있는 경제적 피해를 더 많이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서방 동맹국이 중국과 치열한 경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유럽 기업을 약화시키는 선택을 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미국이 북미(캐나다·멕시코 포함)에서 완성된 전기차에만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IRA를 통과시킨 것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두 정상은 미국이 IRA의 불공정한 경쟁 요소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유럽연합(EU)도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가 IRA에서 이미 확보한 지위를 참고해, 유럽 기업에도 해당 법의 적용을 면제해달라고 제안할 것”이라고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홍보하며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홍보하며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FT는 마크롱 대통령이 IRA 외에도, 미국이 유럽에 천연가스를 비싸게 판매해왔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 제재에 동참했지만, 정작 유럽은 에너지 위기에 처한 반면 미국은 유럽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려 이득을 보고 있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이 같은 행동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맞지 않고, 우호적이지도 않다”며 “이번 미국 순방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프랑스의 우려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이 사안에 대해 대화하고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길 희망한다”면서 “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비싸게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며 “미국은 유럽의 동절기 대비를 돕기 위해 LNG 생산을 확대했다”고 반박했다.

전 주미 프랑스 대사였던 제라드 아라우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IRA나 에너지 가격에 대해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프랑스를 유럽의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매우 중요한 외교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G7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G7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재임 때인 2018년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외국 정상의 첫 국빈 방문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이번 국빈 방문이 지난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국의 안보협의체) 출범 직후, 호주의 핵잠수함 지원 문제로 빚어진 갈등을 풀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미국에 도착해 사흘간 일정을 소화한다. 방문 첫날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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