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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中당국, 인터넷·통신 차단에 무장경찰 투입 강수 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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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중국 상하이 도심에서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한 시위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시위자의 입을 막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 도심에서 코로나19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한 시위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시위자의 입을 막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이른바 ‘백지혁명(白紙革命·#A4Revolution)’ 시위가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와 대학가 50여곳으로 번진 가운데 중국 당국이 공안(경찰)을 동원해 통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향후 시위가 확산할 경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인터넷·통신망 차단 등의 강수를 쓰며 강경 진압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로 차벽 쌓고 곤봉 든 경찰 대거 투입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경찰들이 한 시위자를 강제로 끌고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경찰들이 한 시위자를 강제로 끌고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8일 밤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경찰을 대대적으로 배치해 시위 확산을 막았다. 텔레그램 메신저 등 온라인을 통해 시위 계획이 유포됐지만, 경찰은 베이징 하이뎬구 쓰퉁차오(四通橋) 등 시위 예정 지역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시위가 주로 발생했던 상하이 우루무치중루(烏魯木齊中路) 등에도 경찰차 20∼30대를 배치하고 곤봉을 든 경찰을 투입했다. 후베이성 우한시 일부 도로에 차 벽을 쌓았고, 쓰촨성 청두시 일부 지역은 경찰차로 진입로를 차단했다.

이들 지역에선 쇼핑몰이 일찍 문을 닫았고 거리 조명이 꺼진 가운데 경찰이 행인들의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를 검사했다. 블룸버그는 “경찰들은 시민들 스마트폰에 트위터나 유튜브, 텔레그램 및 기타 메신저 앱이나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이 설치됐는지를 검사했다”고 전했다.

SNS 불씨 여전…인터넷·통신 차단 가능성도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혁명을 상징하는 A4용지를 들고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혁명을 상징하는 A4용지를 들고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국적 시위가 하루 만에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2030 세대들은 VPN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시위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날 중국 SNS상에는 난징통신대 학생들이 시위를 통제하려는 총장에게 “협박하지 마라” “공산당을 타도하면 국민이 자유로워진다”고 소리 지르며 맞서 싸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에 중국 당국이 더 강경한 방식으로 진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시위 영상이 온라인상에 계속 유포되면 중국 당국은 주요 인터넷 서비스에서 영상 업로드를 막을 것”이라며 “더 극단적인 경우엔 2009년 신장위구르 자치구 시위 당시와 유사하게 인터넷망을 아예 끊거나 시위대가 서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모바일 통신망을 차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백지혁명 시위는 과거 중국 내 시위와 달리 소셜미디어(SNS)의 위력이 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시위는 베이징에 국한돼 있던 천안문 시위와 달리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다른 도시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며 “SNS를 통해 소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장 경찰 투입해 무력 진압 나설수도

중국 무장 경찰 부대가 2019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열린 기술 경진대회에서 사격 대회를 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무장 경찰 부대가 2019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열린 기술 경진대회에서 사격 대회를 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장 경찰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가능성도 제기됐다. FP는 “(중국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시위는 급격히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며 “만일 시위가 이어진다면 중국 당국은 준군사조직인 무장 경찰을 투입해 신장위구르·티베트 자치구에서 벌였던 것처럼 강력한 무력 진압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도 “3연임 체제를 이룬 지 5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진핑 주석이 이번 시위를 중국 공산당과 자신의 권위를 향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했던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런 방식은 더 많은 시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FP는 “이번 시위에 참여한 많은 젊은이는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 사는 유복하게 자란 이들”이라며 “시위를 일으킨 대학생을 퇴학시키거나 처벌하는 등의 징벌적 단속은 도리어 중국 정부가 국민을 탄압한다는 생각을 중국 내에 더 가시적으로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명피해 나면 시위 폭발…딜레마 빠진 시진핑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 세워진 기둥에 28일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형상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과 함께 ‘이제 그를 멈추게 하자’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 세워진 기둥에 28일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형상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과 함께 ‘이제 그를 멈추게 하자’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진압 과정 중 인명피해라도 발생할 경우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도 있다. 존 딜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당국이) 강경하게 접근하면 순교자를 만들어 또 다른 시위를 부채질하고, 이미 나온 시위자들이 (더) 집결해 (더 큰) 함성을 지르게 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시위는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에 폭발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며 “시 주석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면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며 중국의 코로나 대응이 서구보다 우월하다는 시 주석의 노력이 무색해지고, 반면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면 시위의 정당성에 대해 중국 대중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동력 잃고 시위 잠잠해질 수도

하지만 이번 시위가 큰 동력을 잃고 사라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천다오인(陳道銀) 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가 조직화되지 않고 조율되지 않았으며 통일된 목소리가 없기에 당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공산당 내에서 시진핑의 강경 통치를 정당화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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