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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서훈 구속영장 청구…文은 '월북조작 관여없음' 잠정결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의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68)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정부가 남긴 ‘월북 조작과 진실 은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29일 서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번 영장 청구서에 다루지 않았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서 전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서 전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자진 월북 몰기 위해 배치되는 첩보 삭제 의혹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9시40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되자, 이튿날인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자진 월북’으로 사건을 정리하며 배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당시 회의 종료 직후 국방부는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서 관련 첩보와 군사기밀 60건을, 국가정보원은 자체 첩보 보고서 46건을 삭제했다. 당시 밈스 담당자가 퇴근한 상황이었지만, 새벽에 다시 출근할 정도로 삭제는 급박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서 전 실장은 또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 기관이 이씨 피살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도 사고 있다. 당시 청와대 안보실은 해경에 “선박 폐쇄회로(CC)TV 사각에서 신발 발견, 지방에서(가정불화) 혼자 거주 등 2가지 팩트를 반영한 보도문을 배포하거나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식으로 전달하라”는 언론대응 지침을 내렸다. 이씨가 자진월북했다고 국민들이 오인할만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해경은 최종적으로 이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다음달 2일 열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잠정결론

검찰은 이대준씨의 월북조작 의혹에 문 전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문 전 대통령은 사건 당일인 9월 22일 오후 6시 36분께 이씨가 북측 해역 발견됐다는 사실을 서면 보고를 받고, 이튿날 오전 8시 30분께 이씨 피살 및 시신 소각과 관련해 서 전 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에게서 대면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참모진에게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하도록 하라.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씨 피살과 북한의 연관성을 흐리기 위해 서 전 실장 등 일부 참모가 기획한 ‘독단적 범행’이라는 얘기다. 문 전 대통령이 관련 서면 보고를 받은 뒤 이후 14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대면 보고가 이뤄진 것을 두고 일각에서 ‘방치 의혹’ 등이 나왔지만, 검찰은 이를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검찰은 앞으로 서 전 실장과 함께 또 다른 ‘윗선’으로 꼽히는 박지원(80) 전 국정원장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박 전 원장도 서 전 실장과 마찬가지로 첩보 삭제 관련 의혹에 대해 “보안유지 노력을 두고 은폐로 몰아가는 것은 안보와 군사에 대한 기본 상식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첩보 무단 삭제가 아니라 민감한 정보가 일선 군부대까지 내려가는 걸 차단하는 ‘배포선 조정’ 과정이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최근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서욱(59)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54) 전 해경청장에 대해서도 마무리 수사를 한 뒤 조만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두 사람은 검찰 조사에서 “서훈 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관계장관 회의에서 ‘보안 유지’를 지시했고, 이는 ‘월북이 맞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며 서 전 실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박 전 원장이 회견에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박 전 원장이 회견에 참석해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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