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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상사 욕하면 추적해 징계" 전주 출연기관장 갑질 진실게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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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문화전당 "그런 적 없다"  

전북 전주시 한 출연기관장이 직원들에게 '상사 말에 불복하면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당사자는 "맹세코 그런 적 없다"고 펄쩍 뛰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지난해 전남에서 열었던 '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 연합뉴스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지난해 전남에서 열었던 '국제수묵비엔날레' 출품작. 연합뉴스

29일 한국전통문화전당 등에 따르면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A씨는 매주 금요일 팀장급 이상 간부가 모이는 주간 회의 때마다 "상사를 욕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전당 내부 이야기가 외부에 발설되면 끝까지 추적해 징계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면서 A씨는 "'상사 말에 불복하면 문제 삼겠다'는 내 말을 전 직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고, 팀장들은 각 팀원과 원장 발언을 공유했다고 한다. 한국전통문화전당 직원 여러 명은 A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예원예술대 교양학부 교수 출신인 그는 지난달 12일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에 취임했다. 원장 공모에서 9 대 1 경쟁률을 뚫고 우범기 전주시장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임기는 2024년 10월 10일까지 2년이다.

A씨는 취임식에서 "한국전통문화전당 슬로건을 '전주, 다시 전통문화의 수도로'로 정했다"며 "한국 전문 문화예술기관 중 가장 모범적이고 진취적인 기관으로 주목받게 하겠다"고 했다.

원장 "직원 간 존중하자는 취지"

하지만 취임 이후 직원 사이에선 "원장 발언과 태도가 너무 고압적이다"는 말이 나왔다. 한 직원은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예술 지원 사업을 하는 곳인데 장교 출신 원장이 군대식 위계질서를 강요하니 직원들이 무서워하고 조직 분위기도 경직됐다"며 "직원들은 불만이 많은데 원장 말대로 외부에 알려지면 업무 배제 등 신분상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모두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장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말을 하느냐"며 "나는 유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갑질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학교수를 10여년간 해오면서 대학생들에게도 존댓말을 썼지, 반말한 적이 없다"며 "(주간 회의에서) 직원 상호 간에 함부로 말하지 말고 불협화음 없이 서로 존중하면서 직장 분위기를 잘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판이 좁아 다른 기관도 우리 전당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데가 많다"며 "내부에서 협의 중인 대외비 정보가 누출되면 다른 기관에 사업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자고 말한 적은 있지만, 직원들을 징계하겠다고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천년만년 권력을 누리러 온 사람이 아니다"며 "임기제로 2년간 전당과 전주 발전을 위해 일한 뒤 다시 학교로 조용히 복직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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